오스트리아 부총리 스캔들 사임하자… 유럽 주류 정치인들 “극우 배격해야”

메르켈 총리 등 유권자에 촉구
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변수로

유럽연합(EU) 선거(23~26일)를 앞두고 꾸준히 세력을 확대해온 극우세력이 잇단 악재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극우성향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가 러시아의 후원을 받는 대신 정부 사업권을 내주겠다는 모의를 한 사실과 헝가리 집권 극우정당의 부정선거 정황이 드러나면서 일정 정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 정치인들은 이 기회를 틈타 “선거에서 극우를 배격할 것”을 유권자들에게 촉구했다.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프랑스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슈트라헤 사건과 관련, “슈트라헤 부총리는 자국의 정보와 권한을 외국 군사기관에 팔려고 했기 때문에 사퇴하게 된 것”이라며 “이처럼 극단적 민족주의자들 뒤에는 외세에의 굴복이라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2년 전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오스트리아 유력 일간지 ‘크로넨차이퉁’ 지분을 매입해 슈트라헤 부총리가 속한 자유당을 지지하겠다고 제안하자 그 대가로 정부 사업권을 넘기겠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지난 17일 공개되며 자진 사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사건에 대해 “우리는 많은 지역에서 이 같은 가치들을 경멸하는 포퓰리스트 운동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화답하듯 독일에선 수도 베를린과 뮌헨,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쾰른, 라이프치히, 슈투트가르트 등에서 수만명이 극단적 민족주의를 배격하는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 비정부기구인 ‘언핵데모크라시유럽’은 같은 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2018년 4월 헝가리 총선 때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극우정당 ‘피데스’ 주도로 광범위한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를 계기로 23~26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예고한 극우 세력이 위축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헝가리 출신 유럽의회 의원 이슈투반 우이헤이는 “슈트라헤 부총리를 시작으로 유럽 극우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오르반 총리 등 러시아의 꼭두각시들이 줄이어 몰락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