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 기자의 여기는 칸>‘설국열차’ 닮은 영화제… ‘기관실 칸’과 ‘꼬리 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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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는 3대 영화제로 꼽히던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칸영화제가 최고가 된 배경에는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풍광과 쾌적한 날씨도 한몫합니다. 영화제 기간 할리우드 거장 감독과 톱스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칸으로 몰려듭니다. 할리우드 거물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와서 매일 밤 칸 앞바다에 정박한 초호화 요트에서 파티를 벌입니다. 톱스타들은 파파라치를 피해 요트에서 숙박하며 영화제를 즐기기도 합니다. 영화제가 열리면 유럽 각국 요트가 칸으로 집결합니다. 칸영화제 본부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 옆으로 각국 국기를 단 대형 요트 100여 척이 줄지어 정박해 있습니다. 칸에 오는 요트 수로 세계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돈 많은 할리우드 영화사는 요트에 사무실을 차리고 전 세계 영화인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여 미팅을 합니다. 10년 넘게 칸영화제 취재를 했지만 요트를 타보지 못하다가 존 페노티 SK글로벌엔터테인먼트 공동 CEO 겸 아이반호픽쳐스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처음으로 요트에 올랐습니다. 스페인에서 온 악시오마 요트(사진)는 올해 칸에 온 요트 중 가장 규모가 큽니다. 5개 층으로 이뤄진 내부는 방 6개와 영화 상영실, 운동실, 마사지실, 미팅룸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팔레 드 페스티벌 옆 픽업 장소에서 보트를 타고 악시오마로 향했습니다. 주변 관광객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요트에 오르자 멋진 유니폼을 입은 선원이 따뜻한 물수건을 내주며 신발을 벗으라고 했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자 요트 주방에 미슐랭 스타 셰프가 조리장으로 있다며 뭐든 만들어준다고 자랑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간 터라 가벼운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밥을 먹은 게 후회됐습니다. 페노티 대표를 만나기 전 요트 구경을 했습니다. 그의 방은 고급 호텔 스위트룸보다 넓고 화려했습니다. 맨 위층 헬스클럽 러닝머신에 오르니 바다 위를 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SK글로벌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 요트를 일주일간 빌렸다고 합니다. 선원 20명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요트 대여료는 일주일에 5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 요트가 칸 항구에 3일 정박하는 데 1300만 원이 든다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요트에서 나오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떠올랐습니다. 칸에 온 전 세계 영화인들이 모두 같은 칸을 즐기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관실 칸도 있고, 꼬리 칸도 있는 거죠.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