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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1일(火)
68세에 현역 복귀한 ‘당구의 전설’ 장성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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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출 프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당구장에서 PBA투어에 대비, 훈련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내가 살아있다 느끼려 돌아왔다”

내달 3일 개막 PBA투어 최고령 참가자

80년대 국내 휩쓸던 ‘당구 神’
상금만으로 생계 유지 어려워
식당·당구용품 사업하다 실패

지난달 프로당구 출범하자
‘트라이아웃’ 도전 거뜬히 통과
“내 당구인생 이제부터 시작”


‘구력’ 50년, 아니 반백년. 밖에선 원로 대접을 받고 안에선 손주들의 재롱에 흐뭇한 웃음을 지을 나이지만, 그는 ‘일터’로 돌아왔다. 1952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68세.

서울시당구연맹 ‘회장’에서 당구선수로 복귀한 장성출 프로는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일 뿐”이라며 “당구는 내가 살아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고 강조했다.

장 프로는 ‘당구의 신’으로 불린다. 일찌감치 국내 무대를 평정한 그는 굵직한 국내외 대회에서 22차례나 우승했다. 그리고 프로가 됐다.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당구장에서 만난 장 프로는 “지난달 24일 프로당구협회(PBA) 트라이아웃에 최고령자로 참가해 통과했다”며 “프로당구 출범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고 당구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BA투어는 다음 달 3일 개막된다. 세계 최초의 캐롬(3쿠션) 프로리그이며 국내외 프로 128명이 총상금 4억 원(우승 상금 1억 원)을 놓고 경쟁한다.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 등 해외 스타들도 PBA투어에 참가할 예정이다.

장 프로는 “하루 10시간씩 당구장에서 훈련한다”면서 “트라이아웃을 통과한 뒤 수백 통의 축하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응원해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밝혔다.

당구의 신에게 50, 150, 300점 등 ‘4구’는 의미가 없다. 당구 마니아 사이에선 그가 2만 점을 놓아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오간다. 그에게 당구는 취미, 놀이가 아니라 인생 자체다. 장 프로는 “아프리카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면서 “사자의 마음가짐을 늘 잃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 프로는 17세 되던 해 당구에 입문했다. 그의 부모는 당구장을 개업했고, 그는 당구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딸만 넷인 집안의 막내아들이 당구선수의 길을 걷겠다고 하자, 부모는 심하게 반대했다. 아들이 기술을 배워 안정된 직업을 얻길 원했다. 장 프로는 “그런데 그때는 눈에 보이는 게 당구공밖에 없었다”면서 “기술학원 대신 당구장을 집처럼 드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완고한 뜻을 꺾지 못했고, 대한당구연맹(KBF)이 주최했던 1979년 전국당구선수권대회 참가를 권유했다.

장 프로는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당구계에 이름을 알렸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988년 아시아선수권 우승”이라고 말했다.

장 프로는 1988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라 벨기에 세계당구선수권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에선 턱시도에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경기하는 외국 선수들에게 매료됐고, 당구 ‘유니폼’을 장만해 귀국했다. 그리고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수 복장’을 차려입고 당구대회에 참가했다. 장 프로는 “당구대회는 주로 호텔에서 열렸는데, 투숙객들이 턱시도에 나비넥타이 차림 때문에 당구 선수가 아닌 웨이터로 오해하는 일이 잦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국내에선 적수를 찾기 힘들었지만, 당구 선수의 길은 험난했다. 우승 상금으론 먹고살기가 힘들었다. 생계를 위해 이것저것 일을 벌였지만, 되레 손해만 생겼다. 1990년대 초 일식집을 오픈했으나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당구의 관련된 사업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당구장을 운영했지만, 두 차례나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1990년대 중반엔 해외에서 당구용품을 수입, 국내 당구장에 팔았다. 벨기에에서 당구 테이블, 일본에서 큐대를 수입했다. 그러나 IMF 외환 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망했다. 장 프로는 “당구로 먹고살아야 후배들이 희망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한계가 있었다”면서 “후배 당구선수들을 위해 프로당구는 안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장 프로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당구선수로 컴백했고, 54세이던 2005년 도쿄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장 프로는 “다른 종목은 전성기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지만 당구는 나이를 먹을수록 잘하는 스포츠”라며 “물론 요령을 피우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2009년엔 서울시당구연맹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전국체전에 당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앞장섰다. 그리고 70세를 바라보는 지금,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장 프로는 “트라이아웃을 부활의 발판으로 삼자는 가족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면서 “잇단 사업 실패로 큰돈을 벌지 못했고 매일 당구장에 머물고 있어 미안한 마음인데, 멋진 프로선수가 돼 가족에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프로는 “나이 든 사람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입증했기에 뿌듯하다”면서 “내 당구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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