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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2일(水)
고전 100번 읽는 독서 습관… 책 속에서 나라 다스리는 지혜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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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국역 세종실록’ 제19권을 읽을 차례다. 세종 말년인 1449년 7월부터 1450년 2월까지의 8개월가량의 역사가 기록된 이 책을 펴들면 우선 안도감이 밀려온다. 1년 이상 1만800여 쪽의 방대한 기록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함께 읽어온 세종실록 강독 멤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열네 번을 되읽었음에도 매번 신선하고 배울 점이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실록의 중층구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전공자가 함께 읽는 효과 때문이라 생각한다. 각자의 관심과 안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실록이라는 텍스트다.

이번에 새로 눈에 띈 것은 세종의 독서 부분이다. 고전을 선택한 다음에 세종은 “반드시 100번을 넘게 읽었다(必過百遍)”고 한다. ‘세종 백독’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나온다. “나는 여러 책을 모두 100번 읽었고, ‘초사(楚詞)’와 ‘구소수간(歐蘇手簡)’만은 30번 정도 읽었다”고 말한 단종실록의 내용이나, “임금(세종)은 세자 시절 책을 읽되 반드시 100번을 채웠다”는 서거정의 기록 등이 그 예다. 왜 세종은 같은 책을 100번씩 읽었을까? 그 이유의 하나는 왕자 시절 그가 겪었던 특별한 경험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부왕 태종을 구심점으로 회오리치는 권력의 소용돌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 독서삼매경이었다. 살벌한 정치공간에서 심리적으로 견뎌내는 도피처가 책이었다. 그 과정에서 세종은 ‘정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 길’이 책에 있음을 발견했다.

“거듭해서 책을 읽고 숙독하는 것이야말로 마음을 바루고 뜻을 성실하게 하는 공부”라는 말이 그것이다.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책을 깊이 읽으면 마음 다스리는 힘이 그 안에서 생긴다는 게 세종의 신념이었다.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왕위에 오른 후에도 세종은 독서에서 늘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책을 보는 중에 그로 말미암아 생각이 떠올라 나랏일에 시행한 것이 많았다”는 그의 말처럼, 책 안의 지식과 지혜를 통해 나라 다스리는 방법을 찾곤 했다. “배운 대로 행하는 사람을 선비(士)라 하고, 그 행하는 것이 돈독한 사람을 군자(君子)라 하며, 그것이 통달한 경지에 이른 분을 성인(聖人)이라 일컫는다”는 이 말은 세종이 30번 이상 읽었다는 ‘순자(荀子)’에 나온다. 세종은 나라 다스리는 원리와 하늘의 원리가 상통한다고 보았다. ‘세종을 만든 책’, 즉 세종이 읽고 영향받은 책의 하나인 ‘율려신서(律呂新書)’를 보면 훌륭한 사람, 즉 성인은 하늘의 원리 내지 자연의 질서에 있는 리듬을 발견하고, 그 리듬에 자기 스스로와 나라 다스리는 것을 잘 조율(調律, tuning)시키는 사람이다.

“임금의 직책은 하늘을 대신해 만물을 다스리는 것(人君之職 代天理物)”이라 믿었던 세종은 하늘(곧 자연)의 질서를 면밀히 관찰하되 거기서 발견한 지식과 정보를 나라 다스리는 데 활용했다. 하늘을 두려워하고(欽) 공경해야(敬) 한다는 의미로 흠경각(欽敬閣) 안에 자동 물시계를 설치해 ‘조선의 시간’을 백성들에게 알린 것이나, ‘그 지역에서 생긴 병은 그 지역에서 자란 약초로 잘 다스려진다’고 보고 ‘향약집성방’을 편찬해 백성들의 “기력을 조양(調養)”하고, “약을 조제(調藥)”해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 맥락을 같이한다.

요즘 ‘세종을 만든, 세종시대가 만든 책’을 편집하다가 문득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도 아버지는 늘 책을 베껴 쓰곤 하셨다. “눈도 아프고 기력도 없으신데, 그 어려운 역사책을 뭐 하러 베껴 쓰시냐”고 여쭈면, 아버지께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생각이 굳어지는데, 책을 베껴 쓰면 말랑말랑해지는 걸 느낀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책 읽기는 비단 그 내용을 어디에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 결국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마치 600년 전 세종이 그랬던 것처럼.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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