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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2일(水)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와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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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미·중 헤게모니 경쟁 일파만파
한국의 향후 30년 운명에 風波
文정부도 야당도 대응 잘 못해


최근 ‘신냉전’(new cold war)이라는 표현이 언론과 학계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6일 자 특집 기사에서 미·중 관계를 ‘새로운 종류의 신냉전’으로 규정하면서 “미국과 떠오르는 중국 사이의 점증하는 라이벌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필자가 재직하는 연구소에서도 지난 17일 스탠퍼드대 내 러시아, 중국 전문가들이 모여 미·중 관계를 신냉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콘퍼런스를 열었다. 러시아 전문가로 미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주 러시아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 중국 전문가로 전미 미·중 관계 협회장을 지낸 데이비드 램턴과 스탠퍼드대 중국학 프로그램 소장인 진 오이 교수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조연설에서 라이스 교수는 현 미·중 관계를 신냉전시대로 볼 수 없다는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미·소처럼 첨예한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없다. 둘째 미·소 간에는 군비경쟁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대리전이 많이 일어났지만 아직은 그러한 조짐이 없다. 마지막으로 소련은 자본주의 세계 체제로부터 고립돼 있었지만, 중국은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패널리스트들도 대체로 이에 동조하면서 과거 미·소 간 정상회담에선 군축 문제가 항상 중요한 의제였지만, 현 미·중 간에는 무역과 기술 문제에 초점 대부분이 모여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련과 달리 중국은 미국에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어 스탠퍼드대 등 미국의 대학도 현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지적인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 미·중 관계의 본질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좀 더 긴 안목으로 볼 필요가 있다. 소위 팩스 아메리카가 본격화한 1945년 이후 미국의 헤게모니가 도전받은 경우가 세 번 있었다. 냉전 시대의 소련, 1980년대의 일본, 그리고 지금의 중국으로부터이다. 미국과 군사적으로 팽팽한 대결을 펼쳤던 소련은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980년대 말 붕괴됐다.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설 듯했던 일본도 경제적 거품이 터지면서 1990년대 초 ‘잃어버린 20년’으로 접어들었다. 현재 미국과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경우, 과연 소련과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도 중국의 부상은 과거 소련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적(소련)과 아군(미국)이 분명했기 때문에 어느 편에 설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일본의 부상도 지금과 같은 전략적 딜레마를 가져오진 않았다. 일본은 경제적으론 미국과 경쟁했지만, 안보에선 여전히 미국의 우산 아래 있는 동맹국이었다. 또 일본이 최대 수입국이었던 한국은 미·일 간 무역마찰이 있을 때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에 비해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 품목에 포함된 한국산 원재료가 많아 미·중 무역 마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로이터통신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수출 분야 리스크는 한국이 62.1%로 세계에서 6번째로 크다. 하지만 경제적으론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해도 안보에선 여전히 동맹으로서의 미국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략적 딜레마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국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늘려가는 데 비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오히려 그 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어서 한국뿐 아니라 대다수의 아시아 국가들이 변화하는 지역 질서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19세기 말 중국의 쇠퇴와 일본의 부상에 따른 변화와 1945년 이후 냉전 시대의 도래로 인한 지정학적 변화처럼,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고립주의적 경향에 따른 현 상황은 향후 한국의 30년을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의 파도가 밀어닥치고 있음에도 정부의 외교·안보에는 큰 그림이나 전략적 유연성은 보이지 않으며, 야당 역시 비판에만 급급하고 마땅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일변도의 외교·안보는 벽에 부딪히고 있으며 대미·대중 관계도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는 없다. 게다가 전략적 공유지가 가장 큰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비록 미·중 관계가 신냉전을 가져오진 않는다고 해도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의 바람이 점차 거세질 것은 자명하다. 현 상황은 단지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여야가 이념과 정치적 싸움으로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19세기 말 친중, 친러, 친일 등으로 갈라져 싸우다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또 해방 후 좌우간의 극단적·이념적 대립으로 분단이 고착화됐던 쓰라린 경험을 잊는다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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