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르노삼성, 물량확보 비상… “구조조정 논의될 수밖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지엠의 전철 밟을수도…”
전문가들 잇단 경영위기 우려

11개월 만에 마련한 2018년 임금·단체 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르노삼성자동차가 한국지엠의 전철을 밟으면서 자칫 최악의 경영위기 상황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조 집행부는 이날 대의원 회의에서 재협상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재교섭에 나서 합의안을 다시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르노삼성차는 이달 말 최대 나흘간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차의 앞날이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당장 수출 물량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노사 갈등을 우려하는 프랑스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르노 본사와 동맹을 맺은 일본 닛산은 잦은 파업 우려로 르노삼성차에 위탁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물량을 10만 대에서 6만 대로 40% 줄였다. 로그 위탁 계약이 끝나는 9월 이후 후속 물량은 아직 배정되지 않았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초 출시예정인 차세대 SUV ‘XM3’의 위탁 생산 물량 확보에 공을 들였지만, 이번 합의안 부결로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업계는 르노삼성차 전체 생산량이 지난해 약 21만 대에서 올해 15만 대가량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량 절벽에 처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협력업체들이 우선 직격탄을 맞게 되고 이후 구조조정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산공장을 폐쇄한 한국지엠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장기 파업 사태로 르노 본사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외국 기업들은 경쟁력이 훼손된 공장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