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中 ‘인민전쟁’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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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지난 14일 사설에서 미국과의 ‘인민전쟁’을 거론했다. 신문은 “중국 전체 국가와 인민이 (미국에 의해) 협박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것은 진정한 ‘인민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중국, 세계로 가다’(2012년)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는 소모적인 게릴라전을 펼치고, ‘적을 깊숙한 곳으로 유인해 인해(人海) 속에 빠져 죽도록’ 만드는 인민전쟁의 교리를 내세웠다”고 했다. 미국에 맞서 중국 홍군 방식의 게릴라전, 인해전술, 지구전(持久戰)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중국 전체는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런민르바오와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대미 적대감을 부채질하며 ‘결사 항전’을 부추기고 있다. 6·25전쟁에 참여한 인민해방군의 치열한 전투가 관영 CCTV 영화 채널에서 ‘소환’되고 있다. 베이징(北京) 소식통은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연구소 행사에 갔는데, 한 원로 경제학자가 공개적으로 대미 비난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홍군의 대장정(1934∼1936년) 출발지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면서 장기 항전 의지를 다졌다. 무역전쟁이라는 역경에 맞서 전 인민의 단결을 촉구하는 상징적인 행위로 풀이됐다. 시 주석이 이처럼 미국과 전면전을 불사하는 이유는 3가지 정도로 좁혀지는 것 같다.

최근 미국과 무역 협상이 결렬된 뒤 류허(劉鶴) 부총리는 “국가 주권과 핵심 이익, 존엄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의 국가(공산당) 주도 체제 전환을 압박했다는 의미다. 추이리루(崔立如) 전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중국의 정치 체계를 바꾸라는 요구에 가깝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협상으로 전환할 당시와 달리 최근 중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지도부의 자신감이 두 번째 이유로 거론된다. 굴욕적 합의로 시 주석의 ‘체면’이 구겨지고 국내 저항에 부딪히느니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올해 신중국 수립 70주년을 맞아 중궈멍(中國夢)으로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동원하면 오히려 공산당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문제는 반격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느냐에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전면전은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다. 이는 금융·자본시장에 직격탄이 된다. 경제 지표가 다시 악화하고,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상황을 중국 정부가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국내외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내수 비중이 워낙 크다고 하지만 중국 경제가 관세 전면전을 버티기에는 글로벌 경제에 너무나 깊게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벌써 미·중 패권 경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괴적인 결과를 우려하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1930년대 홍군이 국민당·일본과 인민전쟁을 벌일 당시와 2010년대 후반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인민전쟁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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