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따돌림 당할때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던 엄마

제주교육감賞 고수연

나의 제일 좋은 친구인 엄마에게.

엄마! 제가 태어날 때부터 좀 유별났죠. 머리는 신생아 100명 중 3등으로 커서 엄마는 제왕절개를 해야 했고 무게가 좀 나가는 튼튼한 아기였어요. 너무 튼튼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절 보면 장군감이라고 했고 그 말에 기분이 상했던 엄마 아빠는 항상 외출을 할 때 제 머리에 하늘색 리본 머리핀을 꽂았어요. 딸보고 머리가 크다고 한다며 의사 선생님께 화를 냈다고 하셨잖아요. 아빠 성격에 안 봐도 어땠을지 대충 알 것 같아요. 철학관에서 제 이름을 지을 때도 철학관 할아버지가 의사가 되는 이름이라며 ‘고수연’이라는 이름을 주셨는데 아빠가 간호사 되면 할아버지 다시 찾아가겠다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어떡하죠. 저 지금 장래희망이 간호사잖아요.

머리가 자라고 나서는 고집도 세고 몸도 약한 편이라 약간 힘들었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읽었던 책인데도 최소 10번은 읽어줘야 하고, 찰흙 놀이가 하고 싶다고 하면 밀가루 반죽해줘야 하고, 장이 안 좋아서 입원도 많이 했었잖아요. 그래도 제 기억에 엄마는 항상 귀찮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육아에 임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찾아주려고 항상 노력하는 엄마였죠. 저 키우려고 일도 포기하고 항상 옆에 있어 준 엄마에게서 받았던 아주 커다란 사랑 덕에 어렸을 때를 기억하면 행복하고 재밌는 기억밖에 없어요.

중학교 1학년 때 따돌림을 당해 집에서 많이 울었었는데 바쁜데도 학교 왔다갔다 해주고 제가 학교 다니기 싫다고 하니까 외할머니댁 근처에 있는 학교로 전학 수속까지 밟아주셨잖아요. 지금은 웃으면서 그땐 그랬지 하고 회상할 수 있는데 처음 제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고 엄마한테 고백하고 울었던 날 밤, 엄마가 저를 안고 많이 울었던 걸 생각하면 울컥해요. 그때 엄마가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 게 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 친구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그때 힘들었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엄마는 지금이 제일 힘들 것 같아요. 두 아이의 엄마, 요양보호사, 고3 학부모의 역할을 다 해내야 하니까요. 가끔은 엄마가 저보다 배는 더 힘들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지만 또 가끔은 엄마가 저한테 쏟는 정성들을 잊고 입시문제로 엄마가 들으면 속상할 얘기만 늘어 놓기도 하죠. 죄송해요. 앞으로는 이렇게 정성으로 키운 딸이 울면 속상해서 일도 제대로 손에 잡을 수 없는 엄마 마음을 먼저 생각해볼게요.

돌아보면 중·고등학교 생활 6년 동안 나름대로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다 엄마 덕분에 이겨냈던 것 같아요. 또 엄마에게 말씀드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엄마 요양원에 봉사 다니는 동안 엄마가 할머니들 챙겨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직종은 아니지만 저도 나중에 저만큼 환자를 생각하는 간호사가 됐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는 가끔 나 같은 딸을 얻은 게 정말 행운이라고 하시지만 엄마가 쏟았던 사랑에 비하면 전 아직 많이 부족한 딸인 것 같아요! 제가 빨리 엄마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제 엄마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사랑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