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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LO협약 비준 강행 착수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3일(木)
‘합의’ 무산 하루만에 밀어붙여… 경영계 목소리는 귓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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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총 긴급 기자간담회 김경자(왼쪽 두 번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안 발표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0개월간 장기 협상에도 불발
노사간 입장차이 큰 사안인데
정부, 노동계 손 들어줘 논란

非근로자 노조인정하는 87호
강성노조에 힘 실어주는 98호
고소 남발·파업 증가 등 우려


정부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개에 대해 국회 비준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하면서 경영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지난해 7월부터 이와 관련된 사회적 대화를 계속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정도로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사안인데, 정부가 경사노위 합의 무산 하루 만에 곧바로 밀어붙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정부와 노동·경영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총 8개 가운데 아동근로 금지와 차별 금지 관련 협약 4개를 비준한 상태다. 비준하지 않은 4개는 결사의 자유 보장협약 2개(제87호·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협약 2개(제29호·제105호)인데, 정부는 이 중 105호를 제외한 3개에 대해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비준 절차에 나선 3개 협약은 모두 국내법과도 충돌하는 것들이다.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는 군인과 경찰 외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도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과 충돌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조법상 노조설립 신고제도와 관련된 법외노조 통보제도와도 충돌하고, 공무원의 노조 가입 범위를 직급과 직무에 따라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과도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또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는 교섭 당사자의 자율성 보장, 노조원이란 이유로 차별 금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법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 등과 충돌한다는 해석이 많다. 29호(강제근로 협약)는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작업 외에 ‘처벌의 위협’ 아래 이뤄지는 모든 비자발적 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한 보충역(대체복무) 제도와 상충한다는 지적이 있다.

경영계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87호와 98호 비준이다. 87호가 비준되면 비(非)근로자의 노조가입을 인정하는 체제로 바뀌게 된다. 정당하게 해고된 자, 퇴직자, 실업자, 사회활동가 등 기업과 무관한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조 요구사항이 근로자의 권익보호와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온갖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또 경영계에서는 98호 비준으로 단결권이 확대되면 강성노조에 더욱 힘이 실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인 노사관계가 더욱 경직적·대립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에 직접교섭을 요구하게 되고, 부당노동행위 관련 고소·고발이 남발되며, 지금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 관행적 파업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영계는 직장점거에 따른 피해 증가 등도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매년 관행적 파업이 이뤄질 정도로 교섭권과 쟁의권이 남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근로자의 단결권을 더 강화하는 데만 집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기업들은 지금도 막강한 힘을 가진 강성노조의 활동을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mail 김성훈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성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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