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10주기에 생각하는 實用 국정과 國益 외교의 길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周忌)에 돌아본 정치 상황의 상전벽해는 그런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폐족을 자처하던 세력이 집권했고, ‘상주 문재인’은 대통령이 됐으며, 정권 교체에 따른 두 후임 대통령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10년은 노 정부에 대한 역사적·종합적 평가를 내리기엔 짧은 기간이다. 따라서, 노 정부 국정의 공과(功過)를 차분하게 돌아보면서 현재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 진정으로 기리는 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경제와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진보 이념에서 탈피해 실용(實用)과 국익(國益)을 우선하는 국정을 펼쳤다. 동맹파-자주파 논란이 상징하듯 노 정부 초기엔 이념 갈등이 심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결단했다. 균형 외교를 강조하면서도 한·미·일 공조와 한·중·일 협의체를 병행 강화했고, 특히 정상 간 셔틀 외교를 하는 등 일본과의 관계도 중시했다. 원자력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인 방사능폐기물처리장 건립에도 적극 나섰다. 반대 시위가 격화할 수 있다는 보고에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보내서라도 해야 한다”는 결기로 나서 해결했다. 좌파 단체 등 지지층은 극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100% 국익 기준”(FTA),“개인이면 반대했겠지만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이라크 파병) 등의 입장에서 단행했다.

23일 봉하마을 추도식에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도 참석했다. 재임 시절 두 대통령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동북아균형자론, 작전계획 5029 유출 등을 놓고 다투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국익을 앞세웠다는 진정성은 인정받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인간의 법정을 거부하고 역사의 법정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모든 대통령은 역사의 평가를 받는다. 그것은 당장의 이벤트와 지지자들 집회가 아닌 국가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