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한국어로 쓴 세계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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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1983년 서울에 처음 살았을 때 독재가 드리우는 어두움이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는 듯했지만, 그 안에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돌이켜보니 끝도 없이 반복되는 마찰과 갈등으로 연일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전달되는 에너지 때문이었던 듯하다. 역동적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힘이자 희망이 내가 발견한 매력의 지점이다.”

미국인으로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역임했던 로버트 파우저의 새 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썼다고 한다. 도쿄(東京), 서울, 대전, 더블린, 런던, 전주와 대구, 뉴욕 등 그가 인연을 맺은 여러 나라 열네 곳의 도시에 관해 쓴 책이다. 서울에서 1980년대 초반부터 13년여를 살며 강남의 발전도 지켜봤고 홍익대 앞과 압구정동의 발랄한 분위기를 겪어본 저자는 가장 최근 서울을 들렀을 때 “내 머릿속 서울의 가상 지도가 순식간에 다시 1980년대의 지도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강남은 여전히 서울이 아닌 ‘뉴서울’”이고 “역시 서울은 강북이며, 사대문 안이야말로 서울의 심장이더라”는 것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