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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와 나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4일(金)
김자영 프로 ‘골프대디’… 딸 위해 스포츠의학·스윙법 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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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순 화남한의원 원장이 지난 19일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3∼4위전을 마친 뒤 딸 자영이와 대회 엠블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남순 원장 제공
김남순 화남한의원 원장

‘딸만을 위한 한약’ 조제해주고
집에서 마사지·영양식도 손수
대회 따라다니진 않고 지원만
“시집 보내야 하는데 남친 없어”

서른 갓 넘어 입문 1년만에 싱글
베스트 3언더 기량 출중했지만
“딸 高1 이후 한 번도 못이겼죠”


김남순(59) 화남한의원 원장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4승을 거둔 김자영(28) 프로의 아버지다. 작은딸뿐 아니라 한 살 터울 큰딸(김여진)도 운동을 좋아해 한의원 근처에서 ‘레나 필라테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 인근 화남한의원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원광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곧바로 개원해 33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한의원을 운영 중이다. 학생 시절부터 한국청년회의소(JC)에서 활동하면서 농촌 무료 진료를 많이 다녀 ‘침 잘 놓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졸업 전부터 그를 찾는 환자가 꽤 많았다. 학생 신분이었지만 무료 진료였기에 가능했다.

김 원장은 1991년 서른을 갓 넘기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김 원장은 “어른들에게 민폐 끼칠까” 하는 걱정에 열심히 배웠다. 오전 7시면 집 근처 양재동 연습장에 들른 뒤, 한의원으로 출근했다. 저녁에도 진료를 마치면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김 원장은 골프 시작 3개월 만에 클럽챔피언들과 맞붙어 콧대를 눌렀던 에피소드도 있다. 100타를 치던 초보 시절, 형이 알고 지내는 클럽챔피언 2명과 라운드 때 대타로 출전해 경기 양주시 로얄CC(현 레이크우드)에서 81타를 쳤다. 김 원장은 3명에게 각각 25점씩 핸디를 받고도 오히려 돈을 땄다. 한 명만 81타를 쳤을 뿐 두 명은 86타와 87타를 쳤다. 초보가 드라이버로 250m를 페어웨이로 착착 보내자 챔피언들은 당황했고, 핸디를 찾으려 무리한 샷을 많이 한 것. 김 원장은 1년도 안 돼 ‘싱글 핸디캐퍼’가 되고도 5∼6년을 열정적으로 연습했다. 1991년 골프를 시작해 1992년 봄 경기 용인의 골드CC에서 78타를 쳤다. 이전까지 83∼85타 정도였지만 이날은 펄펄 날았다. 김 원장은 고교 시절 야구와 검도 학교 대표를 할 만큼 운동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김 원장은 “검도를 배웠던 게 골프 기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검도는 하체의 민첩성, 손목의 힘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등 골프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베스트는 69타. 2004년 양주CC에서 고교 동문회 골프 모임 때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를 쳤다. 1993년 전북 익산 팔봉CC(현 상떼힐)에서 2언더파를 친 지 11년 만에 1타를 줄였다. 이글은 10여 년 전 35번째까지 기록해 놨지만 이후 세질 않았다고.

김 원장의 출중한 골프 기량은 딸이 골프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작은딸은 초등학교 시절 수영선수들과 대결해 이길 만큼 자질이 보였고, 강남교육청이 주는 수영 유망주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이때만 해도 딸이 운동 대신 공부하기를 원했기에 뉴질랜드로 큰딸과 함께 유학을 보냈다. 김 원장은 이때 딸에게 ‘인생설계’를 해오라고 주문했다. 중학교 진학 무렵 돌아온 딸은 평범한 삶보다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고, 김 원장은 골프 아카데미로 데려갔다. 딸은 용인의 골드CC 내 아카데미에서 골프를 시작했고, 이때 양수진과 김세영도 함께 배웠다. 1년쯤 지난 뒤 연습 환경이 더 좋은 용인의 지산CC 아카데미로 옮겼다.

김 원장은 이때부터 새벽에 양재동 집에서 지산CC까지 딸을 데려다준 뒤 한의원으로 출근했고, 퇴근 후 다시 지산CC로 가서 딸을 데려오는 ‘골프 대디’가 됐다. 진료를 마치고 골프장에 도착하면 오후 9시가 넘을 때가 허다했다. 딸은 같이 배우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아침에 1∼2시간, 오후에 2∼3시간 지산CC에 더 남아 있었고 이 덕분에 연습시간은 더 많았다. 김 원장은 진료를 쉬는 주말에는 딸과 함께 연습 그린에서 퍼팅 내기를 했다. 임의로 2m에서 10m까지 m별로 딸과 퍼팅을 겨뤘다. 김 원장은 지인들과의 주말 라운드 때마다 딸을 데리고 나갔다. 중3 때 골프를 시작한 딸은 고2 때 명지대 총장배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한 번 만에 2부투어로 진출했으며 1년 만에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김 원장은 대회에는 따라다니지 않았다. 대신 딸 뒷바라지를 위해 스포츠 한의학을 익혔다. 트레이닝, 스포츠 영양, 테이핑, 추나요법, 봉독요법 등을 새로 배웠다. 집에서 딸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영양 만점 식단을 짰다. 김 원장은 ‘김자영표 한약’을 만들어 스태미나를 유지토록 했다. 간혹 소문을 듣고, 다른 선수 부모가 많이 찾는다. 외국 서적을 구입해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도 했다. 이젠 딸의 스윙을 보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잔소리’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연습장에 가면 김 원장의 스윙을 보고 가르쳐 달라는 골퍼가 많아 연습장 단골에게만 가끔 조언해준다.

김 원장은 딸이 2년 전 매치플레이에서 박인비를 꺾고 우승하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기뻤다. 2012년 시즌 3승을 거두고 미국 진출을 위해 스윙을 교정했던 게 독이 됐던 것. 몇 년간 슬럼프를 겪었지만 스스로 극복했기에 대견스러웠다. 슬럼프를 겪으면서 데뷔 이래 10년 동안 한 번도 시드를 잃지 않았다. 김 원장은 “딸이 지금이라도 당장 결혼했으면 좋겠지만 정작 남자친구가 없는 눈치여서 답답하기만 하다”면서 웃었다.

김 원장은 딸이 고1 때까지는 이길 수 있었지만, 이후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다. 한때 250m의 장타를 날렸던 김 원장은 요즘엔 비거리도 줄고, 가끔 아파트단지 내 연습장만 다니다 보니 골프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래도 70대 스코어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한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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