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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4일(金)
이상범과 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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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모범생과 반항아, 평화롭고 푸근한 정경(情景)과 힘차게 약동하는 산야(山野), 정겹고 친근한 그림과 기개가 넘치는 강렬한 그림, 아련하게 향수를 자아내는 향토미(鄕土美)·황량미(荒凉美)와 거친 야성이 드러나는 반골(反骨)의 미학.’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과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을 서로 대비시키며 흔히 하는 표현이다. ‘20세기 한국 산수화의 새 장(章)을 연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두 대가(大家)는 국내 최초의 근대 미술교육기관으로 1911년 설립된 서화미술회에서 비슷한 시기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으나, 성품과 화풍이 확연하게 달랐다.

기법만 해도, 청전은 먹의 농담(濃淡)을 달리하며 쌀알 같은 점을 찍는 전통적 미점법(米點法)을 확장해 독창적인 ‘청전 양식’을 개척했다. 소정은 먹을 연하게 칠하고 말린 뒤에 또 칠하기를 반복하는 적묵법(積墨法), 그은 선 위에 진한 먹물로 튀기듯이 점을 찍는 파선법(破線法) 등을 바탕으로 고유의 ‘소정 양식’을 창출했다. 한때 동아일보 미술기자이던 청전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이길용 체육부 기자의 제안대로 지운 일로 큰 곤욕을 치렀으나, 성격이 온화했다. 이런 말도 남겼다. “우리의 그림에는 우리의 분위기가, 우리의 공기가, 우리의 골수가 배야 한다. 나는 훌륭한 그림을 그렸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다운 그림을 그렸다고는 생각한다. 내가 그린 산수나 초가집들은 우리나라가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세계다.”

반면, 평생 전국을 유랑한 소정은 야인(野人)을 자처했다. 8년 동안 계속 찾아간 금강산을 30여 년에 걸쳐 변주한 명작들로 ‘금강산 화가’로도 불렸다. 이런 일화도 전해온다. 1956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이던 그는 수상작 선정 과정의 비리와 파벌 싸움에 분노했다. 점심 자리에서 냉면 그릇을 다른 심사위원에게 던져 눈두덩이 찢어지게 한 일을 계기로, 그는 불공정 심사를 폭로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고 국전과 완전히 담을 쌓았다. 청전과 소정의 대표작 50점씩을 선보인 전시회 ‘한국화의 두 거장(巨匠)’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지난 4월 10일 개막, 오는 6월 16일까지 이어진다. 한꺼번에 접하기 어려운 걸작들 앞에서 수묵화 특유의 향기에 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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