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의회 선거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를 앞선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대표가 당사에서 연설을 마치고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 전문가 분석
‘정치권’분류안되던 세력들도
원내진입 성공하며 외연 확대
EU 찬성파·반대파 팽팽해져
反이민·녹색·브렉시트당 등
‘원 이슈’정당들이 약진하며
기존 정당들은 정체성 고민
유럽 민주주의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고 있다. 유럽의회(23∼26일) 선거 결과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로 유럽을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주류세력이었던 중도 좌파 또는 중도 우파 성향의 기존 정당이 퇴조하는 사이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급부상했다. 기존 정당들 외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당이 원내에서 나름대로 세력을 형성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 민주주의 체제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 형태가 구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균형 찾기까지 혼선 불가피= 일각에서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하는 데 대해 28일 유럽 전문가들은 “퇴보라기보단 다양화로 인한 혼란”이라고 진단했다. 기존보다 더 다양한 의견이 내부에서 공유될 수 있는 형태로 정치지형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럽의회 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 달리 기성 정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선거는 기존엔 ‘정치권’으로 분류되지 않던 세력들이 ‘정치권’이 되는 외연의 확대”라고 분석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답하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극우 동맹당이 유럽의회 선거로 1위를 차지했다. EPA 연합뉴스
새로운 균형은 특히 유럽연합(EU) 찬성파와 EU 탈퇴파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EU 체제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인 자치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자유와직접민주주의(EFDD) 및 국가와자유주의유럽(ENF)의 확대에 맞서서 강한 EU 중심주의를 내세우는 자유민주동맹(ALDE)이 지난 선거 때보다 41석을 더 얻어냈던 것도 새로운 민주주의 통합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가 극우 국민연합(RN)에 밀렸다는 것만 뉴스가 되는데 실제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가 포함된 ALDE는 이번 선거의 승자 중 하나”라며 “이번 선거로 EU 통합과 중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갈망도 여전히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극우·포퓰리즘 세력과 함께 녹색당이 반등한 사실도 정치계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증거로 제시됐다. 테러에 대한 공포, 이민자에 대한 반감으로 극우 세력이 확산되자 진보진영 유권자는 대항마로 녹색당에 투표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ENF와 EFDD가 지난 선거 때보다 각각 12석, 18석씩을 더 얻을 때 녹색당 또한 17석을 더 얻었다.
◇목표의 ‘선명성’이 향후 민주주의 주도 = 다양한 주장이 나올수록 목표와 색깔이 선명한 정당에 유권자들이 표를 던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으로 꼽힌다. 반이민주의(극우), 녹색당, 브렉시트당 등 목표가 선명한 ‘원 이슈’ 정당들이 큰 성과를 거둔 반면 여러 방면을 두루 관여하고 고려하던 중도우파 및 중도좌파 계열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보통 주류 정당들은 한 가지 이슈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슈를 다루고 검토하는데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게 답답하다”며 “특정 이슈에 대한 의사 표현 욕구가 클 때 원 이슈 정당이 등장하면 이 정당이 욕구 충족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기본적으로 유럽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정당들이 공존하는 형태가 많았는데 심지어 이번엔 양당제 국가였던 영국에서까지 이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형성된 것”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실패한 유럽 기성정당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부각하는 방향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 보수당의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은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현재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해고될 것이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도 상실할 것”이라며 “유권자의 마음을 다시 돌릴 유일한 방법은 브렉시트”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가 이뤄질 수 있다면 그동안 기피했던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도 그동안 미온적이던 제2 국민투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보다 선명한 ‘색깔 갖추기’에 나섰다.
박준우·김남석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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