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이천시 ‘稅豊(세수 풍년)’과 낙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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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탈곡 시기도 아닌데 경기 이천시는 올해 예상치 못한 ‘대풍(大豊)’에 흥겨워하고 있다. 법인 지방세수가 지난해(2214억 원)보다 160% 늘어난 3576억 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단일 기업 한 곳이 낸 게 3297억 원(91.68%)을 차지했다. 주인공은 SK하이닉스. 2015년부터 평균 67%의 이천시 지방소득세를 차지할 정도로 세수 효자로 탈바꿈했다. ‘법인이 낸 지방소득세는 지역경제 발전과 각종 이천시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란 흡족함은 21만4000명이 거주하는 이천시만의 기대감은 아닐 터이다.

기업도시의 효과가 광범위하며 폭넓게 적용 가능함은 지표가 방증한다. 경제계 조사 자료를 보니 2014년 SK하이닉스가 이천공장을 지은 후 이천시 고용률은 2013년 63.3%에서 2016년 65.4%로 뛰었다. 삼성전자가 2015년 평택공장을 착공한 후 지역 실업률은 3.0%에서 이듬해에는 1.8%로 급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지속해서 투자한 파주시의 고용률은 2010년 54.8%에서 2016년에는 60.4%로 껑충 뛰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으로 인해 ‘뜨는 도시’와 ‘어려움을 겪는 도시’를 선정, 경제지표를 비교했더니 인구 증가, 세수 등에서 큰 격차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2016년 기간에 뜨는 도시의 인구증가율은 2.08%, 전국평균은 0.61%, 지는 도시는 0.52%였다. 순인구유입 비중도 각 0.76%, 0.00%, 마이너스(-)0.42%였다.

해외사례도 극명하다. 아마존이 제2의 본사 설립계획을 발표하자 미 전역 238개 도시에서 감세와 각종 혜택을 줄 테니 제발 와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이후 제2의 본사가 뉴욕으로 선정됐지만, 일부 정치인의 반대에 봉착한 아마존은 계획을 철회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뉴욕 시민들은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매섭게 질타했다.

정부는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이미 오래전에 낙수(落水)효과는 끝났다.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지도 오래됐다’고 했다. 그럴까. 분식(粉飾)하지 않는 한 거짓이 없는 통계를 더 보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대기업은 2017년에만 수출의 66.3%를 담당했다. 고용도 늘리지 못했다면, 작금 6개월 연속 수출부진을 걱정하는 건 또 무슨 부조화일까. 외끌이 성장동력 수출이 내수부진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건 누구나 주지하고 있다. 벤처기업인들은 최근 ‘국내 산업규제는 벤처기업의 역동성과 활력을 저해하고 있고 신산업 분야의 규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지금은 멀쩡한 낙수효과를 폐기할 때가 아니다. 덩어리·족쇄형 규제 때문에 중소에서 중견으로, 중견에서 다시 대기업으로 진출하기를 머뭇거리는 기업들을 위해 신속히 규제를 철폐하고 경직적·폭력적 노동시장 개선, 쇄신에 반발, 저항하는 기득권부터 다독이는 게 순서 아닐까.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개선은 말할 것도 없다. 주중 밤이나 주말이면 불이 꺼지고 공동화(空洞化)하는 공공기관 혁신도시보다 불빛 휘황한 기업도시가 지방경제를 살리고, 가족에게 일자리를 주며, 제조업 부흥과 한국경제 역동의 견인차가 된다는 평범한 사실, 다시 복기(復棋)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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