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코오롱, 인보사는 ‘넷째 자식’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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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가능성 0.00001%’ ‘내 인생 3분의 1’ ‘넷째 자식’….

지난 2017년 4월 5일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생산하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 19년간 투자 결실을 맺으며 양산을 앞둔 이곳에서 당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인보사를 인생 최대 역작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981103’이란 숫자가 적힌 칠판을 들고 “인보사의 생일이자 나에겐 성공의 숫자”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직후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는 주변 반대에도 일군 ‘인보사 성공 신화’가 골든벨을 울리는 순간이었다. 한국 바이오업계에도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인보사 사태가 터졌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로 주목받았던 인보사의 원료 성분이 뒤바뀐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허가가 취소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약 개발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분노한 소액주주와 투약환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돌연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코오롱은 그룹 차원에서 입장을 내거나, 이 전 회장의 ‘그림자’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코오롱그룹 측은 “전문성이 필요한 유전자 치료제인 만큼 바이오 계열사인 코오롱 생명과학이 현안에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인보사는 이 전 회장이 직접 개발을 결정해 그룹 차원에서 육성한 신성장 사업이자 그룹의 미래 먹거리였다. 설사 은퇴했다 하더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권도경 경제산업부 기자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