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일본海 수호” 연설과 美·日의 노골적 한국 패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루히토 일왕의 첫 국빈으로서 4일 동안 일본을 방문하며 미·일 동맹 강화 의지를 세계에 과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마지막 날인 28일 일본 가가함에 아베 신조 총리와 함께 승선, “일본의 방위력 증강이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가는 1941년 진주만 공격 선봉에 섰던 항공모함 가가(加賀)와 발음이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서 일본 방위력 증강에 지지를 표한 것은 과거사를 뒤로 하고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며, 강화된 미·일 동맹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 강습상륙함인 와스프함에서 가진 방일 결산 연설에서 미 장병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황해와 일본해,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지키며 조국과 동맹국을 적으로부터 방어한다”고 말했다.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가 민감한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놓고 일본 편을 들며 ‘일본해 수호’ 연설을 한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선 일본과의 동맹 강화가 절대적인 만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외교적 고려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에도 한국은 지나가는 말로 언급됐을 뿐, 중요한 동맹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일본도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보류되고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도 불투명하다. 한·미·일 공조 대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이 강조되며 한국 패싱이 노골화하는 셈이다. G20 회의에서는 한·미·일 정상회의 대신 미·일·인도 정상회의가 열린다. 문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국 봉쇄로 규정해 참여를 꺼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과 북한으로부터도 무시당하면서 동북아에서 급속히 ‘변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