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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30일(木)
예술가는 태어나나 길러지나… 씨앗을 뿌렸기에 자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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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ENM 제공

황금종려상 거머쥔 봉준호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혼자선 알 수 없는 야릇한 기쁨/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김세환 ‘사랑하는 마음’ 중). 봉준호 감독이 듣고 싶었던 그 말이 영화전문 웹사이트에 실렸다. “봉준호가 곧 장르다” 얼핏 ‘살인의 추억’이 오버랩되면서 “바바리가 곧 코트다”처럼 들린다. 당분간 최고봉의 봉(峰)을 봉준호의 봉(奉)으로 쓸 것 같다.

말 한마디로 천국에도 가고 감옥에도 간다. 칸에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강아지 쭌이가 보고 싶고, 충무김밥이 먹고 싶다”고 말해 동심을 드러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기생충’이 발견되기까지 19년이 걸렸지만 소심했던 열두 살 소년의 결심은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가장 큰 것을 얻어냈다. 플란다스의 개건, 강아지 쭌이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나쁜 개를 만드는 세상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교실에서도 배우고 현실에서도 배운다. 봉준호의 겸손과 유머는 그 자체로 엄청난 교육 효과를 가져왔다. ‘혼자선 알 수 없는 야릇한 기쁨’ 뒤에는 ‘혼자선 할 수 없는 오묘한 내력’이 있음을 그는 증언했다. ‘하녀’(1960)의 김기영 감독을 무덤에서 불러내고 배우 송강호를 객석에서 불러냈다. 그리고 위대한 동반자 앞에서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다.(사진) 그의 착하고 슬기로운 감독 생활은 스케일이 주는 감탄의 넓이보다 디테일이 주는 감동의 깊이를 실감케 했다.

예술가는 태어나는가, 길러지는가. 그는 어떻게 한국영화 100년사를 빛낸 인물이 됐는가. 가계도를 보면 50대50이다. 자주 인용하는 정채봉 시인의 ‘콩씨네 자녀교육’을 보자.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 봉씨네 자녀교육도 다르지 않았을 성싶다. ‘지금 눈 내리고/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다시 천고의 뒤에/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이육사 ‘광야’ 중). 누군가 씨앗을 뿌렸기에 종려나무가 자랄 수 있었다. 초인이 거저 등장하진 못한다. 이제 소년이 백마 타고 꿈을 이뤘으니 그는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될 것이다.

배우 송강호는 “지난 20년 동안 노력해온 결과물이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점은 강점과 장점만의 결합이 아니다. 오히려 약점과 단점의 접합인 경우가 많다. 마침 5월 마지막 주는 대학축제의 정점이다. 섭외 1순위는 명불허전 싸이다. 그가 계속 빌보드에 머물렀다면 한국의 대학생들은 축제에서 그를 못 만날 뻔했다.

미국 대학입학시험인 SAT에 역경점수를 반영한다는 뉴스를 보고 나는 싸이를 떠올렸다. 그가 겪은 단맛과 쓴맛은 일종의 양극화다. 그는 군번이 두 개인 사나이다. 처음 데뷔할 때부터 얼굴과 몸매는 규격화된 미의 기준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다. 자신을 소개한 글에는 외로움과 심심함을 놀이문화로 전환하는 게 특기라고 적었다. 그 특기를 지금까지도 잘 살리는 중이다. 그는 축제에서 10곡 이상 부르는 걸로 유명하다. “목소리와 무릎을 아끼지 말고 뛰라”는 그의 호령(?)에 객석은 그가 뿌린 물과 땀으로 흠뻑 젖는다. 가수보다 관객이 먼저 지치지만 본전 생각은 안 드는 공연이다.

봉 감독의 시작이 ‘개’였다면 싸이의 시작은 ‘새’였다. 공통점은 익살이다. 싸이는 일관되게 ‘남의 시선 남의 이목/남의 크고 작은 목소리/되게 신경 쓰는 당신’에게 경고한다. 괴물 아닌 괴짜로 살면서 “한순간에 새 됐어”라며 주저앉지 말자고 다짐한다. 축제가 끝나면 곧이어 기말고사 시즌이다. 인생의 사이클도 그러하다. 봉 감독과 싸이의 교훈이 다르지 않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챔피언입니다/모두의 축제/서로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중략) 똑같이 모두 어깨동무/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파벌 없이 성별 없이/앞뒤로 흔들어(‘챔피언’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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