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할머니의 자장가 ‘울고넘는 박달재’ 기억해요

MBC 사장賞 양아란

우리 예쁜 할머니에게

옛날에 기억나? 나 엄청 어릴 때, 엄마 아빠가 맞벌이해서 낮에는 가족이 우리 세 명일 때 할머니가 얼마나 노래를 불러줬었는지. 셀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오빠가 나한테 조금만 화내도 매를 들고 오빠한테 얼마나 화를 냈었는지, 나는 다 기억나. 모조리 다. 새벽에 노래를 불러주다가 어떤 노래인지 궁금해하면 잠결에도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가사를 보며 끝까지 불러줬잖아. 나 그 노래가 아직도 기억나. ‘울고 넘는 박달재.’ 우리 할머니가 유일하게 끝까지 불러줬던 노래인데, 당연히 기억해야지. 매일매일 할머니랑 오빠랑 셋이 큰방에서 잤던 날들을 보내고 이사를 왔잖아.

할머니가 지금처럼 내 곁에 있을 때, 매일 아침 등교할 때 할머니한테 인사를 하고 나갈 수 있을 때, 내가 잘할게. 그러니까 꼭 내 옆에 있어. 나는 요즘 계속 계속 동영상을 찍어. 할머니랑 이야기하는 것부터 할머니 염색하는 것도 찍고 할머니가 한 음식도 계속 먹고…. 할머니가 항상 내 곁에 있던 거 나한테 해준 거 잊을까 봐 너무 무서워. 그때, 그때 있잖아, 과자가 너무 먹고 싶어서 엄청 울어대던 8살 때 할머니가 손 꼭 잡고 슈퍼 가서 감자과자 사줬잖아. 비싼 과자라서 엄마가 안 사주길래 할머니한테 사달라고 했었는데 주머니에서 다 낡은 지갑 꺼내서 구겨진 천원 내면서 사줬었잖아. 그렇게 할머니는 모든 걸 나에게 망설임 없이 주는데 나는 기념일 빼고는 마음 전달할 선물도, 편지도 주지 않았어. 진짜 나쁜 손녀다. 그치? 내가 나쁘니까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아픈 것들 다 나한테 주라. 자꾸 기침하고 가래가 수도 없이 나오고 숨 헐떡이는 천식, 나한테 주고 저녁마다 온몸이 불덩이같이 뜨거워지는 것도, 요즘 따라 밥 먹고 토를 하는 것도 다, 할머니 괴롭히는 아픈 것들 다 나한테 주라. 내가 금방 나을게, 할머니. 올봄에 할머니가 입원해서 내가 일주일 동안 병원에서 같이 잤던 날들. 그때 정말 새벽같이 일어나서 학교 가기 힘들었는데 할머니가 내가 있는 게 좋다고 해서 나도 정말 좋고 소중한 시간이었어. 내가 이렇게 할머니를 엄청 좋아해.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