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 동구 동구장애인복지관에 위치한 무장애 통합놀이터에서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한데 어울려 놀이를 하고 있다. 동구장애인복지관 제공
울산 동구‘우리같이 놀이터’
장애 아동 놀이기구 설치
나이·성별 관계없이 이용
놀이 활동가가 안전 관리
아동·부모·형제 등 27명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
다양한 놀이 아이디어 내놔
통합놀이터 전국에 10여곳뿐
가이드라인·수적 확대 절실
“예전엔 동네 놀이터에 가면 그냥 휠체어에 앉아 다른 친구들이 노는 걸 보고만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같이 놀이터’에서는 친구들과 마주 보면서 놀이기구를 탈 수 있어 좋아요! 다른 놀이터에도 내가 놀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울산 동구에 살고 있는 지체장애 1급 최모(여·10) 양에게 놀이터는 그다지 신나는 곳이 아니었다. 휠체어를 탄 채로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동구장애인복지관 앞마당에 장애 아동도 비장애 아동과 어울릴 수 있는 우리같이 놀이터가 만들어지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이곳에는 휠체어를 탄 채로 즐길 수 있는 ‘회전 무대’ 등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기구는 물론 아이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놀이 활동가’가 배치돼 있다. 인근 숲과 연계해 자연 친화 놀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주연 동구장애인복지관 기획운영팀장은 29일 “모든 아이의 ‘놀 권리’를 위해서는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우리같이 놀이터가 생기면서 장애·비장애 아동이 어울려 놀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같이 놀이터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놀이 문화 환경 개선 사업’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는 ‘무장애 통합놀이터’이다. 나이, 성별,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란 뜻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만족도도 컸다. 지적장애 1급인 8세 자녀를 둔 A(35) 씨는 “아이가 활동적임에도 인지가 잘 안 되다 보니 동네 놀이터에서는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같이 가는 누나까지 눈치를 보게 돼 놀이터에서 오래 놀지 못했었다”며 “일부러 아이가 마음껏 뛰고 활동할 수 있는 복층 주택으로 이사 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이 놀이터에서 아이가 오름 기구에도 오르고 마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며 “아이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이 놀이터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적장애와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이모(10) 군의 엄마 B(40) 씨는 “아이가 보통 영상을 보거나 혼자 벽을 보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며 “우리 아이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장애로 인해 다양한 놀이, 사회적 경험이 제한된 아동을 위해 ‘자연과 숲’을 주제로 놀이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며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울고, 또래와 어울리기도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먼저 놀이를 하려 하고, 곤충을 거부감 없이 만지며 변화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중증장애가 있어도 다양한 경험과 반복된 활동이 감각적, 행동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장애 아동과 가족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놀이터 기획 단계부터 이들이 직접 참여를 했기 때문이다. 복지관은 지역 내 장애아동 16명을 포함해 이들의 부모, 형제 등 27명을 회의에 참석시켰다. 장애 유형별로 불편함을 느끼는 놀이 환경은 무엇인지, 가장 선호하는 놀이는 무엇인지에 대한 각종 의견과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복지관 관계자는 “완공까지 3개월 정도 함께 준비하면서 아이들의 성취감과 자신감이 올라갔고 놀이터에서의 놀이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쉬웠던 부분은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알게 됐을 때”라고 말했다.
실제 복지관은 장애 아동을 위한 대표 놀이기구인 ‘휠체어 그네’를 설치하려 했다. 하지만 놀이터 안전검사 기준에 따른 인증대상이 아니어서 놀이터에 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애아동용 놀이기구에 대한 안전인증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제도적,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일반놀이터에서 장애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나 통합놀이터에 대한 가이드라인 체계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적인 확대도 필요하다.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기업 후원 사업을 포함해 전국에 10여곳뿐이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장애 아동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울산 동구장애인복지관을 기준으로 연간 이곳을 오가는 12세 이하 아동은 8998명에 달한다. 1일 평균 38.4명이 복지관을 찾는 셈이다. 하지만 울산 전체에서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터는 현재 1곳에 불과하다. 복지관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놀이터는 반드시 장애아동을 고려한 놀이기구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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