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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30일(木)
기록원 ‘안중근 묘지 오보’ 알고도 공개… 유해발굴에 혼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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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의사의 사형집행을 뤼순(旅順) 특파원이 보도한 1910년 3월 27일자 아사히신문 기사(왼쪽)와 이를 인용해 보도한 러시아 ‘우수리스카야 아크라이나’지의 1910년 4월 21일자 신문기사 사진. 김월배 교수·국가기록원 제공

러 신문 1910년 4월 21일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인용
정작 아사히 3월 27일 기사는
“감옥 공동묘지에 매장” 보도

기록원 “아사히 보도 알았지만
러 오역·추가취재 확인 못해”
실적 급급해 섣부른 공개 의혹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28일 발굴·공개한 “안중근(사진) 의사가 교도소 인근의 ‘기독교 묘지’에 묻혔다”고 보도한 러시아 신문 기사는 당시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을 잘못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공개한 러시아 ‘우수리스카야 아크라이나’지의 1910년 4월 21일자 기사는 “아사히신문의 특파원에 따르면”이라며 아사히신문을 인용 보도했는데, 정작 인용된 같은 해 3월 27일자 아사히신문의 ‘뤼순(旅順) 특파원발(發)’ 기사는 “감옥 공동묘지에 매장됐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안 의사의 묘소가 한국인의 독립운동 성지가 될 것을 몹시 우려했던 일제가 민간 기독교 묘지에 매장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기록원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실적 알리기에 급급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관심이 지대한 안 의사의 유해발굴 작업과 관련해 혼선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벗기 어렵게 됐다. 국가기록원은 러시아 극동 지역 일간신문들이 보도한 안 의사의 의거 관련 기사 24건을 발굴해 이날 공개했었다.

1910년 3월 27일자 아사히신문을 올 초 일본 도쿄(東京) 국회도서관 신문자료실에서 발굴(문화일보 2월 19일자 보도)했던 중국 하얼빈(哈爾濱)이공대 김월배 교수는 2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기록원이 발굴한 러시아 신문 기사는 아사히신문을 오역(誤譯) 혹은 잘못 해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 중국 뤼순감옥 묘지 등을 유력한 후보지로 안 의사 유해발굴에 혼신을 기울였던 국가적 노력들에 혼선을 빚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아사히신문 기사와 이를 인용해 보도한 ‘우수리스카야 아크라이나’의 기사를 비교해 보면 사형 집행 전후의 상황과 분위기 묘사는 베낀 듯 유사하지만 잘못 인용된 곳이 몇 군데 드러난다. 아사히신문이 ‘수의를 지어 보낸 사촌동생 안명근’을 적시한 반면 러시아 신문은 이름의 적시 없이 ‘사촌형’으로 오역했다. 아사히신문은 “(시신을 안치한 관을) 형무소 안에 있는 교회당으로 옮긴 후… 유해는 오후 1시에 공동묘지에 정중히 매장됐다”고 보도했으나, 러시아 신문은 “(안중근의 유해는) 관에 넣어져 감옥의 작은 예배당으로 옮겨졌다… 이후 관은 지역 기독교 묘지로 옮겨졌다”고 다르게 인용했다. 러시아 신문이 예배당으로 시신이 잠시 옮겨진 것을 기독교 묘지에 묻혔다고 해석했을 가능성은 있다. 김 교수가 발굴한 같은 날 오사카마이니치(大阪每日)신문도 뤼순 특파원 기사에서 “사형이 집행된 후… 감옥묘지에 매장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당시 ‘안 의사의 묘소가 한국인의 성지가 되지 않도록 사형보다 징역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안 의사 매장지에 큰 관심을 보였었다. 또 당시 일본 감옥법은 사형수를 감옥묘지에 매장하게 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형국 국가기록원 연구협력과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러시아 신문이 인용한 일본 아사히신문 등이 안 의사 매장 장소를 ‘감옥묘지’라고 보도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러시아 신문의 단순 오류인지 아니면 러시아 신문이 추가 취재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신문의 기사는 인용 사실만 밝혔을 뿐 자신들이 추가 취재를 했다는 설명이나 근거 제시가 전혀 없다.

김 교수는 “기록원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당시 아사히신문 기사와 그것을 인용 보도한 러시아 신문을 비교할 수 있도록 자료를 내 언론과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뿐 아니라 한국과 북한, 중국 관계에서도 민감한 ‘안 의사 유해찾기’와 관련 자료 수집은 그동안 국가보훈처가 주도해왔는데, 이와 관련된 전문인력이나 경험이 없는 국가기록원이 ‘새로운 자료를 발굴했다’며 국가보훈처나 학계와 상의 없이 공개한 것도 의구심이 들게 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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