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한·중 사이의 근원적 ‘갭(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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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정치부 차장

지난 5월 초 북·중 접경 도시인 중국 단둥(丹東)을 10년 만에 다시 찾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압록강 건너편 신의주가 아니라 단둥이 그랬다.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는 압록강대교(중국명 중조우의교) 주변의 스카이라인은 높아져 있었다. 중롄(中聯)호텔 등 몇 개에 불과했던 고층 빌딩들이 10년 만에 압록강변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면서 ‘리틀 상하이탄(上海灘)’ 느낌까지 들었다.

중국이 북·중 무역을 대비해 2014년 건설된 신(新)압록강 대교 인근의 랑터우(浪頭) 신도심은 보안이 엄격해 소수 부유층만 거주하는 미국식 ‘폐쇄된 공동체(Gated community)’와 매우 흡사했다. 2001년 처음 중국 베이징(北京)을 여행한 이후 18년, 중국의 겉모습은 이제 한국, 더 나아가 미국과도 유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웅대한 건물에 비해 빈약했던 인테리어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변화의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선양(瀋陽)의 휘황찬란한 쇼핑몰에서 빠른 속도로 운영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노인이 넘어졌고, 코레일 뺨치는 속도·내부설비를 갖춘 고속열차에서는 기차에 오르던 노파가 플랫폼과 승강장 사이의 넓은 빈틈에 발이 빠졌다. ‘현금 없는 결제 혁명’에 걸맞게 단둥의 불법 노점상마저 QR 코드로 대금을 받았지만, 정작 식당에서는 ‘외국 신용카드는 결제 불가’라며 비자카드를 받지 않았다.

‘효율’은 존재하지만, 아직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가치·권리까지 널리 존중되는 선진국 문화는 형성되지 않은 ‘개발도상국’ 중국에서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이 국제통화기금(IMF) 집계 2018년 기준으로 13조 달러로 세계 2위다. 3위 일본(5조 달러)과의 격차도 벌리고 있는데다, ‘슈퍼파워’ 미국(19조 달러)도 바짝 추격하면서 중국은 역내에서 이미 ‘준(準)패권’이다. 인권·자유 등 서구적 가치에 아직 익숙지 않은 중국이 만들 세계질서에 벌써부터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까지 전개되면서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감시·통제에 기반한 중국식 질서를 아시아 역내에 강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우려도 상당하다. 실제로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전문가는 “미·중 전략경쟁으로 기업 임원들이 감원되고, 실직이 잇따르면서 중국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더라”고 전했다.

영국의 ‘튜브(Tube·지하철 애칭)’ 지하철역 곳곳에는 ‘마인드 더 갭(Mind the Gap)’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열차와 플랫폼 사이의 간격이 넓으니 조심하세요’라는 의미로, 혹여 어린이·노인 등 노약자가 탑승 과정에서 발이 끼이는 불상사가 발생할까 우려한 선진국 문화가 압축된 표현이다. 이는 중국이 ‘중국의 꿈(중국몽)’을 향한 선진 문화 실현을 위해 고속열차 승강장에도 붙여야 할 문구지만, 문재인 정부도 명심해야 할 어구다. 올해 수교 27주년을 맞은 한·중 간에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갭(차이)’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직은 ‘빛 샐 틈’이 없는 한·미 동맹과 달리 중국과는 ‘갭’이 필요하다. boyoung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