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당한 주총 不法방해 못 막는 公權力은 공권력 아니다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다시 세계 초일류 지위를 확고히 할 것인가, 구조조정에 실패해 쇠락을 자초할 것인가. 31일 오전 10시에 열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 주주총회는 그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다. 그런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및 산하 노조들은 이미 정당한 주총을 방해하기 위한 불법(不法)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것만으로도 심각한 일인데,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를 부추기고, 불법을 엄단해야 할 공권력(公權力)은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런 행태는 불법을 비호하고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데도 청와대와 중앙정부는 적극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나라냐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장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나흘째 불법 점거하고 있다. 민노총 금속노조는 29일 산하 노조에 ‘주총 저지 투쟁에 결집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현대자동차 노조도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노조원 차량에선 시너통과 쇠파이프도 발견됐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송 시장이 이날 삭발식을 갖고 “끝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송 시장의 투쟁 근거는 사리에 맞지 않고, 설령 일부 근거가 있더라도 고위공직자가 그래선 안 된다. 울산시민을 위하는 것 같지만, 조선산업 부활이 방해 받거나 실패하면 울산시민 고통은 더 커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지기이기도 한 시장까지 이 지경이니 노조는 더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다. 노조원에게 얻어맞고도 쩔쩔매던 경찰은 여전히 팔짱만 끼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한국 조선산업을 회생시킬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책은행이자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서 성사시켰고, 현대중공업 2대 주주 국민연금도 물적분할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신설 사업법인 현대중공업이 부채를 떠안아 빈껍데기가 된다거나, 울산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고용도 불안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대부분 과장, 혹은 왜곡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대가를 줄이기 위해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경영 사안인 인수·합병(M&A)을 두고 파업을 벌이는 것부터가 불법이다. 회사 측도 조합원 퇴거를 경찰에 요청했다. 공권력이 불법을 방치하면 공권력도 아니다. 정부는 주총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경제, 조선산업, 세계 최고 기업을 망치지 않게 해야 할 책무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