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임성준 원장이 지난 26일 강원 양양군 설해원 골든비치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임성준 원장 제공
임성준 임성준신경외과 원장
입문 초기 드라이버 200m
180㎝ 킷값 못한다 소리 들어
프로 스윙 연구하며 근력 운동
샤프트 바꾸고 피팅까지 받아
알아주는 신경외과계 高手로
3~10월 허리 아픈 환자 급증
피니시 자제해야 부상 최소화
임성준(50) 임성준신경외과 원장은 지역 의사 모임에서 알아주는 장타자다. 장타를 날리는 맛에 골프를 친다는 임 원장은 요즘도 250m를 펑펑 날리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임성준신경외과에서 임 원장을 만났다. 홀로 병원 진료를 맡다 보니 주 6일 진료실에 갇혀 산다는 임 원장에게 ‘자유시간’은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뿐이다. 골프도 주말에만 치러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 원장은 “골프는 거울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에 골프를 배운 임 원장이 지금처럼 장타자 소리를 들었던 것도 부단한 노력 덕분. 그는 처음엔 드라이버로 200m밖에 날리지 못했다. 임 원장은 키 180㎝이지만 드라이버만 잡으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부터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스윙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라운드 후에는 온몸이 쑤셔 왔고, 밤새 끙끙 앓은 적도 많았다. 연습장에 가서도 무작정 공만 치니 처음엔 이런 원인조차 몰랐다. 페어웨이로 걸어가 보면 동반자보다 공이 한참 뒤처진 탓에 늘 ‘세컨드 오너’였다. “킷값도 못한다”는 소리에 자존심도 상했다. 이때부터 골프 거리 늘리기에 골몰했고 샷을 연구했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프로선수의 스윙을 봤더니 힘들이지 않고 툭툭 치는데 이상하리만큼 멀리 날아갔다. 신기했다.
임 원장은 말 그대로 ‘힘 빼는 데’ 3년이 걸렸다. 비거리가 20m 정도 늘자 욕심이 더 생겼다. 샤프트를 ‘스티프(S)’에서 ‘레귤러(R)’로 바꾸니 10m 정도 더 나갔다. 그리고 몇 년 후엔 돈 좀 들여 피팅센터를 찾아 맞춤 클럽으로 교체했다. 거짓말처럼 250m 티샷이 자주 나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체형을 바꾸려고 퇴근 후면 어김없이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에 올라타고 근력운동도 병행했다.
임 원장은 공중보건의 근무 시절 골프를 배웠다. 전남 영광 보건소에 근무할 당시 홀로 내려가 퇴근 후 골프를 연습했다. 연습장에서 레슨프로에게 배웠지만 6개월 동안 7번 아이언으로 ‘하프 스윙’만 했다. 처음엔 엄청 답답했다. 공중의 시절이라 필드에는 드러내 놓고 나가기 어려웠다. 연습장만 열심히 나갔을 뿐이다. 1년 후 자리가 빈 경기 포천의료원으로 옮겼다. 이 무렵 골프장에 처음 나갔다. 병원 동료인 정형외과 과장이 인근 아도니스골프장의 회원이었던 것. 첫 실전에서 120타를 쳤다. 연습장에서는 늘 ‘빨랫줄 같은 타구’만 날렸던 그였다. 하지만 첫 실전에서는 땅볼만 계속 나왔다. 필드하키처럼 공을 굴리고 다녔을 정도. 이후 연습을 따로 하지 않고 독학하다시피 했다.
임 원장은 공중의를 마친 뒤 2002년 충북 청주에서 동료 의사 2명과 의기투합해 병원을 개원했다. 수술실도 갖추고 입원실도 있는 꽤 규모 있는 병원을 운영했다.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시간도 많았고 골프장도 자주 나갔다. 특히 청주 지역 대학에서 개설한 실기 위주의 ‘골프 CEO과정’을 다니면서 기량이 부쩍 늘었다.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에 진입할 정도였다. 임 원장의 베스트 스코어도 이때 작성한 75타다. 청주 그랜드CC에서 열린 청주시 신경외과 의사들 모임에서 작성했다. 지인들은 “이렇게 잘 치는지 몰랐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임 원장은 그러나 “매일 그러지 못하는 게 골프이기에 요즘엔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릴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청주 병원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 광진구 구의동에서 개업했다. 혼자서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평일은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만 필드를 나간다. 대신 시간을 할애해 스크린골프를 가끔 치는 편. 스크린에서는 언더파도 몇 차례 기록했다. 얼마 전 참가했던 서울시 의사회 골프모임에서 우승했다.
그는 골프를 치다 다쳐 병원을 찾는 골퍼가 의외로 많다고 귀띔했다. 해마다 3∼10월 골프시즌이면 환자가 늘어나는 편인데 대개 스트레칭 없이 곧바로 스윙하다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과한 스윙 탓에 허리를 다친다. 특히 인대가 늘어나고, 잘못된 스윙으로 엘보가 상하는 환자들도 있다.
임 원장이 혀를 내두른 환자도 있다. 직업상 골프를 자주 친다는 한 여성 골퍼가 1주일 간격으로 3차례나 갈비뼈가 부러질 때까지 골프채를 휘둘렀다. 처음엔 연습장에서 공을 치다가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왔다. 4번 갈비뼈에 금이 갔으니 당분간 골프채를 잡지 말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그 환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만 통증이 와 견딜 만하다고 판단해 계속 연습장과 필드를 나갔고 이로 인해 1주일 간격으로 5번, 6번 갈비뼈까지 부러진 뒤에야 골프채를 손에서 내려놨다.
임 원장은 일반인들이 허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골프를 치다 보면 회전은 어쩔 수 없기에 몸통 회전을 해야만 몸에 무리도 없고, 부상 없이 장수골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운스윙 전 골반을 잡아주고 쳐야 하는데 중장년층 주말골퍼 대개는 하체 근력이 부족해 따라가기 힘들기에 가급적 피니시 자세를 생략할 것을 주문했다. 피니시까지 이어지려면 허리로 버텨야 하는데 이때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설명. 특히 프로선수를 흉내 내다 낭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처럼 프로들은 많은 거리를 내기 위해 스윙할 때 골반을 많이 비튼다. 골반을 비틀면 몸의 회전이 커져 그만큼 파워를 실어 엄청난 비거리를 얻을 수 있다. 우즈 역시 이로 인해 몸에 무리가 온 것이며 지금은 융합술로 척추 사이사이를 붙여 통증을 완화시켰다. 그런데 우즈처럼 융합술을 받으면 회전운동이 약해질 수 있다.
임 원장은 오랫동안 골프를 칠 수 있게 몸을 관리하고, 80세가 돼서도 나이보다 ‘5타 오버’되는 기량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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