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무역전쟁 ‘암운’에… 美 Fed, 결국 기준금리 인하 시사

“저물가·성장전망 악화때 고려”
美 Fed 클라리다 부의장 밝혀
2가지 핵심전제로 가능성 시사

트럼프 압박에도 꿈쩍 않다가
경제 악영향 고려 선회 움직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2인자 리처드 클라리다(62) 부의장이 성장전망 악화를 전제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경제 악영향이 차츰 현실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압박에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던 Fed의 입장도 변화하는 모양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날 미국 뉴욕의 이코노믹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만약 경기전망이 악화하는 위험을 보게 된다면 이는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그것은 분명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위험관리”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계속해서 밑돌거나 글로벌경제, 금융 상황이 기본 경제전망에 상당폭 못 미치는 위험이 나타난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 상무이사 등을 지낸 클라리다 부의장은 학계에서 인정받는 통화정책 전문가로 지난해 9월 17일 Fed 부의장에 취임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다만 현재 미국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경제는 올해 2분기까지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낙관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현재 실업률은 계속 낮고 인플레이션은 2% 근처를 유지하고 있다”며 “금리는 Fed가 중립적이라고 보는 수준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현재 통화정책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현 금리 수준이 적절하다는 부연설명에도 불구하고 제롬 파월 의장에 이어 Fed 2인자로 꼽히는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은 앞으로 Fed가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2가지 핵심조건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WSJ는 “Fed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거나 어떤 정책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암시는 없었지만, 클라리다 부의장이 중요 주의사항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Fed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물가 지속은 클라리다 부의장이 밝힌 금리 인하 조건 중 하나다. 앞서 찰스 에번스 시카고 Fed 총재도 지난 4월 “인플레이션이 2% 미만으로 유지될 경우 통화정책 설정은 사실상 제한적이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계속된 인하 압박에도 꿈쩍 않던 Fed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고 나선 상황은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에 따른 악영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3.1%를 기록했지만 2분기 성장률은 1%대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역전쟁 마찰이 고조되는 데다 4월 소매판매 실적, 내구재 주문 실적 등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