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랏빚 확 늘려 더 펑펑 쓰겠다는 洪부총리 위험한 인식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로 집권한 정권의 국정 철학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존중하는 것은 관료의 숙명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고위관료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정책이 잘못되면 직언해야 하고, 부득이 그런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에는 부작용을 예고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0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밝힌 재정정책 구상은 충격적이다. 나라 곳간을 지켜야 하는 경제부총리가 아니라, ‘표(票)퓰리즘’에 맛들인 정치인이 한 발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홍 부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내년 40%를 넘어선 뒤 2022년쯤엔 45%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재정운용계획에선 2022년 국가채무가 898조 원으로 GDP 대비 41.6%가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나랏빚을 당초 계획보다 70조 원 이상 늘려 채무비율을 3.4%포인트 높이겠다는 건데, 국가채무가 이토록 단기간 내 급등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홍 부총리가 이처럼 기록적인 재정확장안을 내놓은 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주문한 ‘과감한 재정확장 정책’의 맞춤형으로 보인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의 경우, 재정건전성은 국가 신용도를 지키는 방패이자 위기에 대응하는 최후의 보루다. 역대 정부가 돈을 쓸 줄 몰라서 안 쓴 게 아니다. 나랏빚을 향후 3년간 200조 원 이상 늘려 펑펑 쓰겠다는 발상은 국가적 자살행위와 같다. 워크숍에선 중·장기적 증세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 정부에선 빚 내서 쓸 테니, 다음 정권에서 증세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포퓰리즘도 넘어 후안무치한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