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효성도 없는 패스트트랙 철회하고 國會 정상화해야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국회가 공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유권자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회법에 2월·4월·6월 1일에는 임시회의 소집을 규정해 놓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주요 교섭단체의 근본적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으면 개회 시늉만 하고 또 공전하거나 ‘동물국회’식의 충돌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국이 그런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일 만났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이견 때문에 정상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안건들을 반드시 합의 처리한다”는 합의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합의 처리 노력”을 고수했다고 한다. 정국이 꼬인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3개 야당을 끌어들여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인 것이 결정적이다. 따라서 거기서 시작하면 된다. 의석수 확대를 노리는 세 군소 야당,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문제를 주고받기식으로 담합한 것이 이번 패스트트랙의 본질이다. 패스트트랙 상정은 절차적·법리적·정치적으로 정당성이 결여돼 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원정수 30∼50명 증원론이 공식 제기됐다. 지난 4월 22일 4당 합의문에 따르면 선거법을 먼저 의결하고 수사권 조정·공수처 법안을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정도면 패스트트랙은 이미 실효성도 상실됐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진짜 어머니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포기하는 결정을 한다.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국정을 책임진 세력이라면 정당성도 실효성도 상실된 패스트트랙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 자존심만 버리면 된다. 패스트트랙 철회를 선언하고 정국 정상화에 앞장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