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洪부총리 “경제 위기 전혀 아니다” 어느 나라 얘기하나

한국경제의 적색경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생산·소비·투자의 동반 침체 속에 마지막 보루인 수출마저 휘청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13개 주력 품목 가운데 무려 10개 품목의 수출이 줄어 그 충격을 더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할 예정인 4월 경상수지는 83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고된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내수 전반이 빈사 상태에서 수출마저 주저앉고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심각한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일 KBS 시사 프로그램인 정책진단에 출연해 믿기 어려운 경제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정 조기 집행 효과도 나타나면서 하반기에는 경기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총체적으로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인식(5월14일)을 쏙 빼닮은 꼴이다. 올 1분기 국민의 가계살림(처분가능소득)이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내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와중에 어느 나라 얘기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첫걸음은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과도한 경제 위기 의식이 더 큰 경제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자기실현적 위기’를 경계한 발언으로 믿고 싶지만 경제인식 괴리의 정도가 선을 넘어섰다. 경제인식마저 ‘코드’에 맞추면 그 결과는 뻔하다. 국민 고통을 외면한 채 현실을 ‘분식’하면서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려 들어선 안 된다. 아니면 세금을 많이 거둬 정부만 호황이어서 국민의 불황은 모르는 것 아닌가. 어느 쪽이든 심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