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국방 ‘北 미사일 도발은 대화用’ 안보 불안 더 키운다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된 지난 1일 정경두 국방장관의 발언은 과연 국방을 책임진 인사의 말이 맞는지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정 장관은 이날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패널과의 문답에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대화로 풀어가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단거리 미사일 발사의 숨겨진 의미”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에서 정 장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와 관련해 “남북 군사 상황이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의 이런 발언들은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화용(用)이라고 규정한 것은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이 지금 대화와 협상에 나서려는 목적은 부분적 핵 포기 ‘쇼’를 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는 것이다. 이것이 방해 받으면 언제든 무력 도발을 불사한다. 북한이 핵 폐기 진정성이 없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저의를 분명히 지적하고, 제재를 통해 핵폐기를 강제할 수밖에 없다는 기조를 펼치는 것이 대한민국 국방장관으로서 올바른 자세다. 정 장관은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많이 유사하다”고 말하는 등 스스로 앞뒤 안 맞는 인식도 드러냈다.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충돌 위협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군사합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폭 양보한 데 따른 결과의 측면이 강하다. 국방부는 아직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분석 중”이란 입장이다. 국방장관이라면 안보에 있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나 다른 정부 기관에서 평화의 환상에 들떠 있더라도 국방부만은 그래선 안 된다. 같은 날 미국·일본·호주 국방장관은 별도로 3자 회담을 열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공동성명에서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완전한 북한 핵폐기(FFVD)를 위한 협력을 거듭 천명했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전임인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김정은에 대해 “자유 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했고, 정 장관은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을 가리켜 “서해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들”이라고 했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이들이 안보 불안을 더 키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