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키 작아지면 골다공증 의심… 방치땐 골절 위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3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경희대병원 인근에서 만난 정호연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이 노인 골다공증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 정호연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

50~ 70代여성 10명중 7명
아예 검진 받은 경험 없어

‘꼬부랑 할머니’ 노화현상 아닌
골다공증 따른 척추압박골절

골흡수억제·골형성촉진제 투여
부실한 뼈 파괴 막는데 큰 효과

만 54세·66세 여성 모두 2차례
무료 골밀도 검사 받을 수 있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본가에 간 직장인 김모(여·34) 씨는 어머니의 최근 건강검진 검사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의 키가 16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150㎝ 후반대로 줄어들어 있던 것이다. 어머니는 주변 친구들도 젊었을 때에 비해 키가 3∼4㎝ 정도 줄어든 것 같더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김 씨는 50대 후반인 어머니가 벌써 이렇게 작아지셨나 싶어 새삼 걱정스러웠다.

3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경희대병원 인근에서 만난 정호연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은 “부모님의 키가 줄어들면 골다공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골절이 시작됐다는 일종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척추 사이의 연골이 퇴행해 키가 작아질 수도 있지만 척추 골절이 시작되면서 키가 줄기도 한다. 특히 나이 든 여성에게서 흔히 보이는 ‘꼬부랑 할머니’ 체형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압박골절로 인해 뼈가 변형되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치료 없이 방치한 결과 골밀도가 낮아진 척추뼈가 무너져 내리면서 등이 굽는 것이다.

골다공증은 매우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병이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는 탓에 대부분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친다. 최근 한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우리나라 50∼70대 여성 926명을 대상으로 한 대한골대사학회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10명 중 7명이 골다공증 검진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지난해 골다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약 97만 명 중 94%가량이 50세 이상의 여성이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집계를 고려하면 연령·성별 특성상 골다공증의 고위험군 인구집단(50세 이상 여성) 대부분이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의 58%는 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로 ‘골다공증의 질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방치된 골다공증은 골절로 돌아온다. 골밀도가 줄어든 뼈는 작은 충격에도 척추, 손목, 고관절(대퇴부) 등 신체활동에 중요한 부위의 골절로 이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한다. 연구에 따르면 골다공증 고관절 환자 중 약 절반은 골절 전과 같이 활동하거나 독립성을 회복하지 못했고, 약 25%는 오랜 기간 요양기관 또는 집에서 보호가 필요했으며 1년 내 사망할 확률은 평균 20%에 이르렀다. 골절에 이르고서야 치료 기관을 찾으면 너무 늦은 셈이다.

정 이사장은 “치료 현장에서 만난 골다공증이 심한 고령 환자들은 주로 거동의 불편을 호소하고, 특히 골다공증성 골절이 생기면 일상생활에서 움직임이 제한돼 불편한 점이 많이 나타난다”며 “고령의 부모님을 돌보는 자녀들에게도 비용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성 골절로 인한 거동의 제한은 고령 인구의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된다. 정 이사장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거동 제한은 건강에 상당한 위협인데 하물며 보통 2∼3개씩 만성질환을 앓는 70대 노인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골다공증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골다공증을 조심해야 하는 고령 인구뿐만 아니라 나이 든 부모님을 둔 자녀 세대도 적극적으로 골다공증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부모님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일단 골다공증 진단을 받으면 약물치료 등으로 골절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골밀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은 경우 식이요법 등 관리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약제에는 골흡수억제제와 골형성촉진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골흡수억제제는 뼈가 파괴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하고, 골형성촉진제는 뼈의 형성을 촉진한다.

증상이 없는 골다공증이지만 체형, 가족력, 골밀도 등 여러 지표를 활용한 설문을 통해 골다공증성 골절의 위험을 측정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인’ 사이트에서 맞춤형 로그인을 하면 자체 설문을 통해 지표 정보를 입력해 골절 위험도를 측정해볼 수 있다. 본인 스스로 또는 자녀의 도움을 받아 이 설문을 진행해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중장년층의 골다공증 검진 기회를 늘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부터 국가 생애주기건강검진에서 골밀도 검진의 지원 대상이 기존 만 66세 여성에서 만 54세 여성으로까지 확대됐다. 장년층 여성은 총 2회에 걸쳐 무료로 골밀도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해당 나이에 검진 기회를 놓치면 따로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잘 숙지해 뒀다가 활용하면 좋다. 다만 진료 시 건강보험 급여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골밀도가 일정 수준 이하거나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한 병력이 있어야 한다. 정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갖춰야 할 생활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걷기나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근력 강화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되고, 야외활동으로 햇빛 노출을 늘려 비타민D 생성을 촉진하는 것이 좋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흡연이나 음주 역시 뼈를 약하게 만드는 요인인 만큼 자제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