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음악, 다양성에 귀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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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밴드’

종합편성채널 JTBC ‘슈퍼밴드’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과거 밴드 오디션인 KBS ‘톱밴드’가 기존 밴드들이 출연한 데 반해 ‘슈퍼밴드’는 개인들이 참가해 오디션 단계별로 밴드를 결성해 경연을 벌인다는 점이 다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도중에 밴드 결성, 해체, 다른 조합으로의 재결성이 수시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멤버들의 조합에 따라 어떻게 밴드의 소리가 달라지는지 시청자가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의미가 큰 것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시청자가 이해하면서 음악에 귀 기울이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대중음악은 듣는 음악이라기보다 보는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그 퍼포먼스를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뮤지션이 한국 아이돌들이고, 그런 세계 최고의 무대를 일상적으로 보다 보니 음악 자체를 퍼포먼스 중심으로 인식하게 됐다.

그 결과 우리 대중음악 프로그램을 아이돌이 점령해버렸다. 한국 가요계를 결산한다는 연말 가요대잔치류의 생방송에서도 3시간 가까이 아이돌만 나온다. 그 외엔 힙합, 발라드 정도가 다다. 가요계의 낯 뜨거운 획일화가 진행됐던 것이다.

‘슈퍼밴드’ 출연자들은 이러한 기존 가요판과는 완전히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장르도, 분야도 다양하다. 장르가 다양하다는 말은 댄스, 발라드, 힙합 이외의 여러 장르가 등장한다는 뜻이다. 분야가 다양하다는 말은 보컬만이 아닌 다양한 악기의 연주자들이 골고루 조명받는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시청자를 다양한 장르, 다양한 연주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바로 이것이 음악을 듣는 귀가 열리는 과정이다. 그동안의 획일적인 한국 가요계에선 이렇게 귀가 열리는 경험을 하기가 어려웠다. 공급자들이 한정된 성격의 음악만 제공하고, 수용자들이 거기에 길들어 역시 한정된 성격의 음악만 요구하는 악순환 구조였다. 그래서 ‘슈퍼밴드’가 열어준 음악 체험의 기회가 반가운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악적 획일성 때문에 밴드 음악은 설 자리가 없었다. KBS ‘톱밴드’도 그래서 ‘폭망’했다. 그럼에도 JTBC ‘슈퍼밴드’는 다시 밴드로 도전했다. 이 부분은 크게 치하할 만하다.

‘슈퍼밴드’를 통해 우리는 뮤지션이 자기 음악의 주체라는 걸 깨닫는다. 한국 아이돌은 기획사가 멤버 구성, 거주지, 취침 시간, 식단, 음악적 방향, 퍼포먼스, 활동 방향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정해준다. 뮤지션이라기보다는 기획사가 만들어낸 상품에 가깝다. 그 시스템이 그때그때 유행에 맞춰 상업적으로 찍어낸 것을 우린 음악이라며 듣고 있었다. 하지만 ‘슈퍼밴드’에선 프런트맨의 구상에 따라 멤버들이 정해지고 그들끼리 협의해 음악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 매 순간 새로운 음악들이 태어난다.

‘사연팔이’를 배제하고 오롯이 음악에만 몰두한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다. 시청률에선 손해일지 몰라도 시청자를 더 음악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천재적인 젊은 뮤지션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 나라에 아이돌 지망생만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들이 꾸민 무대에 해외에서도 반응이 나타난다. ‘슈퍼밴드’가 K-팝의 지평을 넓힌 셈이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