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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05일(水)
퇴계 이황 기리는 ‘六友園 다과’… 정갈한 상에 담긴 고고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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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암고택 육우원 다과상. 퇴계 이황의 후손이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형상화한 육우원 다과는 채취한 송홧가루에 꿀을 혼합해 만든 송화다식을 비롯해 견과류 모둠, 유과, 떡, 과일과 국화·매화·연꽃·댓잎 등을 달인 차로 구성된다.

안동 다섯 고택의 내림음식 - (4) 치암고택

낙향해 후학 키우며 만든 정원
소나무·국화·대나무·매화·蓮
다섯 친구와 자신 ‘六友’ 호칭

깊은숲 매실·송홧가루 채취해
송화다식·매실차 만들어 준비
견과류 모둠·유과·떡 곁들여

아침상엔 전복죽·잣죽 등 준비
당귀·제피 장아찌도 함께 대접
안주인 “문중 음식들 알리고파”


칠계재, 정재종택, 수졸당 등 안동 반가의 내림음식을 체험하며 종택과 고택에서 내려오는 음식뿐 아니라 선조들의 이야기, 현재 그곳에 사는 주인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있다. 고택 주인들은 조상의 뜻을 지키며 사는 것을 의무가 아니라 가장 인간답게 사는 보편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계승하고 있다. 이번 일정은 치암고택이다. 지난주 글에서 내방가사를 쓰는 문인인 수졸당 종부를 소개했다. 그가 썼던 가사의 한 구절이 기억났다. ‘차 한잔 어떠하오/퇴계 선조 자손으로 치암고택 당호 얻어 예법대로 살아가네/안주인의 모습 보소/들에 가서 매실 따고 산에 가서 송화 꺾어 송화다식 매실차로 방문객을 맞이하네/ 그 참맛을 음미하소’. 라임이 살아있는 이 가사는 치암고택의 내림음식을 표현한 구절이다. 치암고택은 퇴계 이황의 11대손 진성이씨 치암(恥巖) 이만현(李晩鉉)이 살던 집으로 원래 안동시 도산면 원촌리에 있었으나 이곳 역시 안동댐 수몰로 인해 지난 1976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조선 말기 고종 때 벼슬에 올랐던 치암 이만현은 은퇴 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자신의 호를 치암(부끄러운 바위)으로 바꾸고 비통함으로 여생을 보냈다.

치암고택의 출입문을 들어서자마자 맞은편에 위치한 큰 사랑채에서 이 집의 장복수 안주인을 만났다. “퇴계 이황의 후손인 저희 집안에서는 그분을 기리는 ‘육우원 다과’를 내림음식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육우원(六友園)은 고향에 내려와 후학들을 키우며 학문에 전념하던 퇴계 이황이 절우사(節友社)라는 뜰에 만든 정원이다. 이황은 “진나라의 도연명은 굳은 절개의 상징인 소나무와 국화 그리고 대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들었다. 그런데 고고한 풍경을 지닌 매화를 왜 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정원에 절개의 상징인 소나무, 대나무, 국화와 함께 맑은 향기를 지닌 매화, 그리고 뜰 연못에는 연꽃을 심어 이들을 가까운 벗이라 칭했다. 이황은 자신과 다섯 친구를 합쳐 육우(六友·여섯 친구)라 불렀다. 장복수 안주인의 손길을 통해 다과상으로 형상화한 것이 바로 ‘육우원 다과’다.


소나무에서 나온 송홧가루를 채취해 꿀을 혼합해 만든 송화다식과 견과류 모둠, 유과와 떡, 과일 등과 국화, 매화, 연꽃, 댓잎으로 달인 차가 함께 나왔다. “해마다 매실과 송화를 직접 채취해 매실차와 송화다식을 만듭니다. 특히 올해는 5일 내내 쫓아다녀 좋은 송홧가루를 많이 확보해 놓았습니다.” 송홧가루는 4월 하순에서 5월 하순 사이에 가장 많이 나온다. “공해가 있을 법한 대로변 가까이에 있는 소나무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좀 더 깊은 산에 가서 채집하고 있습니다. 채집 후 골라내고 말리는 작업도 제가 직접 다 하고 있고요.” 그러면서 향이 은은하고 진한 매화차를 권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스님과 매해 함께 채집하고 있습니다. 꽃 채집 외에도 차 재료 준비과정을 모두 직접 하고 있습니다.”

이황의 ‘육우원’과 관련된 시가 궁금해 찾아봤다. ‘내 벗은 다섯이니 소나무, 국화, 매화, 대나무, 연꽃/사귀는 정이야 담담하여 싫지 않네/그중에 매화가 특히 날 좋아하여 절우사에 맞이할 제 가장 먼저 피었네/내 맘에 일어나는 끝없는 매화 생각에/새벽이나 저녁이나 몇 번을 찾았던고’.

장복수 안주인은 육우원 다과에 담긴 많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을 꼭 방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우원과 관련된 시를 음미하고 다과를 접해 보니 내년 4월 초쯤 매화 가득한 도산서원을 꼭 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이황과 함께했던 그 시대 안동의 자연은 이렇게 그의 친구가 돼 학문의 발전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으로, 후손을 통해 내림음식으로 승화됐다. 나는 치암고택에서 나의 인생 송화다식을 만났다. 조상의 뜻을 살펴 후손이 이렇게 멋지게 계승시켰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  강태안 미식여행가
안주인은 숙박객들을 위한 아침상에 ‘죽’을 올린다. 전복죽, 검은깨죽, 잣죽 등이 번갈아 준비될 예정인데, 죽 상에 함께 낼 반찬도 산에 가서 당귀, 제피 등 다양한 산나물을 모두 채집해와 장아찌로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제가 직접 만들어 손님께 대접하겠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와 전통문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만든 안동고택협동조합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앞으로 펼칠 일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안동관광두레와 함께 일하며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안동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조합 구성원(종부와 안주인들)이 모두 음식문화 계승자죠. 문중의 좋은 음식문화를 관심 있는 대중과 함께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중요한 국가 및 정부 행사에도 열심히 참석해 우리나라 식문화를 열심히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종가에서 자란 그는 그동안 MBC 드라마와 일본 축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행사에도 참여해 안동 반가의 전통음식을 소개해 극찬받았다. “전통을 항상 보고 자랐고 눈으로 익혀 왔지만 늘 주변의 것을 당연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종부였던 어머니가 음식을 참 잘하셨는데 막내딸로 자란 저는 어머니의 솜씨를 다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후회가 됩니다.”

안주인은 치암고택을 통해 보다 다양한 문화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기업 및 학계 연수 등을 통해 청빈과 윤리를 바탕으로 한 이황 사상과 동양 사상 및 철학 강연 프로그램 그리고 관광업계와 연계된 깊이 있는 한국문화 강연 및 체험 등이 그것이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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