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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07일(金)
“김일성은 한반도보다 ‘유럽 지도’를 더 바꿔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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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에서 베를린까지 / 윌리엄 스마이저 지음, 김남섭 옮김 / 동녘

‘김일성은 한국의 지도보다는 유럽의 지도를 더 변화시켰다.’ 책의 231쪽에 나오는 이 문장은, 김일성이 일으킨 6·25 전쟁이 서독에 서방의 정치·군사 연맹과 단단히 결합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뜻이다. 북한이 옛 소련의 승인을 얻어 한반도 남쪽을 침공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유럽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서독을 유럽방위공동체 조약에 가입시킴으로써 연맹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저자는 미국 외교관 출신의 역사학자다. 세계 각지에서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그의 이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1960년대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자문관이었던 루셔스 클레이 장군의 보좌관으로 베를린에서 근무한 것이다. 독일 냉전의 한복판에서 미국의 대독(對獨) 정책에 관여한 저자는 통독 후인 1990년대에 독일의 분단과 통일 과정을 다룬 책을 썼다.

이 책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냉전사의 맥락에서 독일 분단사를 깊이 있게 다룬 연구서로 평가받고 있다. 20장으로 이뤄진 책은 독일을 분할 점령하기로 결정한 얄타회담 등 독일을 둘러싼 국제사의 변곡점들에 초점을 맞춘다. 방대한 분량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연구들을 포괄하는 교과서 성격을 지니면서도 국제 정치 현장을 지켜본 저자의 묘사가 드라마처럼 생생하다.

그는 독일 분단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에 대한 새로운 증언을 한다. 미국의 해리 트루먼,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이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영국 외교장관으로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어니스트 베빈이 독일을 분할한 후 서방 점령지들을 통합해 서유럽에 연결시키자고 주장해서 관철시켰다. 독일사회주의통일당 지도자였던 발터 울브리히트는 소련 점령지를 자신의 영지로 만들기 위해 분단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저자는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울브리히트의 베를린 장벽 축조에 대해 안이하게 판단, 소극적으로 대응하려 했다고 지적한다. 케네디는 측근들의 경고를 받고야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선회했으며, 케네디에 의해 파견됐던 클레이가 강경하게 대처함으로써 베를린 시민들의 신뢰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클레이의 보좌관이었던 저자의 편향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으나 퍽 흥미롭다. 통독 과정을 다룬 여느 책들처럼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케 하는 힘이 이 책에도 있다. 무엇보다 국제 정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 일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 사례로 알려주고 있다. 856쪽, 3만8000원.

장재선 선임기자 j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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