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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07일(金)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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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과일은 ‘사과(沙果)’ ‘수박’ ‘포도(葡萄)’ 순이라고 한다. 만약 여름 과일에 한정한다면 ‘수박’이 단연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수박’을 여름 과일의 제왕이라 하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수박’은 고려 시대에 원나라에서 들어온 식물로 알려져 있다. 식물 이름과 더불어 그 열매 이름으로도 쓰인다. 처음엔 열매 이름으로 쓰이다가 뒤에 그 열매가 달리는 식물 이름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수박’은 16세기 문헌에 ‘슈박’으로 처음 보인다. ‘슈박’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그 하나는 중국어 ‘西瓜(현대음 ‘시과’)’에서 온 것으로 보는 설이다. ‘수박’이 고대 이집트에서 서역을 거쳐 중국의 송나라에 전해졌기에 ‘西瓜’라 했는데, ‘수박’이 고려에 전해지면서 그 명칭까지 함께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중국어 ‘西瓜’의 음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변해 ‘슈박’이 되기는 어려워 보여 중국어 ‘西瓜’ 설은 미덥지 않다.

다른 하나는, ‘슈’는 한자 ‘水’로, ‘박’은 ‘匏(포)’의 뜻으로 보는 설이다. ‘수박’의 모양새를 보면 ‘슈박’의 ‘박’이 ‘匏’의 뜻인 것은 분명하나, ‘슈’가 ‘水’인지는 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슈박’에 쓰인 ‘슈’의 성조는 상성인 데 반해 한자 ‘水’의 성조는 거성이어서 성조의 불일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문헌에서 ‘水’의 성조가 상성으로도 나타나므로, ‘슈박’의 ‘슈’가 ‘水’일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다. ‘수박’을 뜻하는 한자어 ‘水瓜(수과)’는 ‘슈박’의 ‘수’가 ‘水’일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수박’이 수분이 많은 채소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슈박’은 제1음절 모음이 단모음화해 ‘수박’이 된다. 이때 ‘수’는 장음으로 나타난다. 상성이 달렸던 음절의 모음은 장음이었는데, 성조가 소멸된 뒤에도 음장은 그대로 남은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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