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 남침 ‘北 공훈자’ 칭송은 호국영령 모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전쟁’ 대신 ‘한국전쟁’이라고 표현하고, 북한의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공훈자로서 최고 수준의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을 미화하기까지 했다. 차마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가관·역사관이라고 믿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호국 영령들을 칭송하고, 희생자 및 유가족들에 대한 발굴과 예우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감성적 위로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이성적 분별이다. 호국 영령이 지키려는 가치는 무엇이었으며, 만들려는 나라는 어떤 나라였으며, 그리고 목숨 걸고 어떤 적에 맞섰던 것인지를 선명하게 규정하고, 그 뜻을 이어가는 것이 ‘현충’의 본질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 추념사엔 그것이 잘 보이지 않고, 뒤집힌 경우도 있다.

호국 영령들은 북한 공산 세력의 6·25 기습 남침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고, 그것이 토대가 돼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북한은 세계 최빈국, 최악의 세습 독재 체제, 핵무기로 민족 공멸을 위협하는 악성 집단이 됐다. 김원봉이 항일무장투쟁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948년 4월 월북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국가검열상·노동상 등 고위직을 역임했다. 1958년 숙청됐다고 하지만 북한 내부 권력 투쟁의 결과일 뿐, 대한민국에 기여한 바는 전혀 없다. 김원봉을 기리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파괴하려던 ‘북한에 대한 애국’을 기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호국 영령이 목숨 걸고 지킨 것들을 모독하는 일과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상식의 선 안에서의 애국”을 강조했다. 현 정권 인사들은 자유 대한민국의 건국 주역들에 대해선 티끌만 한 과오까지 찾아내 비난하면서 김원봉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관대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항일만 했으면 북한에 대한 애국도 존경의 대상이고, 그것이 ‘상식 선의 애국’인지,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명쾌하게 소명할 책임이 있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이라는 표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내년은 한국전쟁 70년이 되는 해’라고 했다. 외국인이면 몰라도 한국인은 ‘한국전쟁’이라고 해선 안 된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책임도 희석된 표현이다. 그래서 정부 공식 명칭도 6·25전쟁이다. 진보 학계 일각에서 연구 차원에서 그런 표현을 사용해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표현일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또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정치적 갈등은 보수 진보의 갈등보다 ‘편 가르기’의 성격이 강하다. 상대방을 적폐와 부역자로 몰아붙여 처단하면서 그러는 것은 기만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