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상수지 적자와 ‘좌파 경제’의 수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 경제학

지난 4월 경상수지가 2012년 이후 7년 만에, 6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흑자를 이어오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은 놀랍다기보다 매우 불길한 예감을 준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이라며 기조적 흐름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니 외환 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적자 구조로 만드는 악재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악재들이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가 문제다. 일부 전문가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주요 이유는 수출 감소에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일시적인 대외 지출 요인이 줄고 수출이 늘어나면 경상수지는 흑자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 경제의 총결산, 또는 종합성적표와 같은 지표다. 이것이 흑자면 국내의 기업·가계·정부의 모든 지출이 소득보다 적은 것을 나타낸다. 반면에 적자는 국내 지출이 소득보다 커서 외국으로부터 빚을 진다는 의미다. 지난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만큼 우리가 외국에 빚을 진 것이다. 게다가 1분기 우리 경제는 -0.4%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10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부진한 탓에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마저 생기고 있다. 그동안 흑자이던 한국 경제가 최근에, 특히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적자 경제로 반전된 원인은 무엇인가? 또한, 우리 경제가 회복될 전망은 있는가?

최근 한국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은 아마 문 정부가 교조적으로 집착하고 강력히 추진해온 정책, 곧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 때문인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소득이 늘어난다. 또, 은행에 예금이 들어오면 이를 바탕으로 대출이 늘고 경기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소주성은 경기침체 등 기업 투자가 부진할 때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해서 국민에게 소득을 마련해 주면 그것이 소득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주면 그것이 예금을 늘리고 소득을 늘린다고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려서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 즉 재정적자는 세금, 정부 차입 또는 통화 증발 등으로 메울 수 있다.

정부는 통화를 언제나 필요한 만큼 발행할 수 있으므로 결코 부실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는 전통적인 경제이론과는 상충된다. 하지만 좌파 성향의 집단에서는 정부의 더욱더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소유 확대를 요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바로 소주성 이론이다. 시장경제에서는 작은 정부, 균형예산 등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정부가 시장에서 개인의 재산 및 기업을 사들이고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반대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줄이고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좌파 경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정부가 소유, 배급하고 통제하는 체제다. 따라서 좌파 경제에서는 개인의 의료·교육·일자리·주택 수요 등을 정부에 의존하는 대신 경제적 자유를 포기하고 정부의 독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좌파 경제는 정부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독재하는 체제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경상수지 흑자를 회복하고 역동적인 성장을 계속하느냐 여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