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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1일(火)
‘모험적 시도’에 비난보다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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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

요즘 드라마 옥에 티 잡아내기 열전이 벌어졌다. 누리꾼들이 저마다 케이블채널 tvN ‘아스달 연대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일반 드라마에 제작비가 훨씬 많이 투입된 ‘아스달 연대기보다 낫다’고 찬사를 보내는 것도 유행이다. ‘아스달 연대기’ 조롱이 인터넷 문화로 자리 잡는 느낌이다.

워낙 기대가 컸던 대작이다. 회당 제작비 25억∼30억 원, 총제작비가 무려 540억 원이라는 한국드라마 역사상 초유의 작품이다. 내용에서도 초유의 시도를 했다. 바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상고사를 다룬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 주류 드라마는 고구려 이전으로 올라간 적이 없었다. 모험을 시도한 제작진의 용기가 놀랍다.

첫 회에 관심이 증폭됐는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조선시대면 그 설정을 관객이 이해한다. 반면에 ‘아스달 연대기’는 생소한 시대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설정이 낯설었다. 그렇지 않아도 생소한데 스토리까지 정신없이 몰아쳐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고조선을 떠올리게 한 것도 문제였다. 아예 판타지면 시청자가 열린 마음으로 봤을 텐데, 고조선이라고 하니 역사적 사실과 비교하며 조롱하게 됐다. 1회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공존하고 농경이 시작되기도 전인 원시시대처럼 묘사됐는데, 고조선 건국은 이미 상당한 정도의 문명이 발달한 후라서 평가절하의 빌미를 준 것이다.

한국인의 원시시대 표현 자체가 문제다. 그동안 서양 작품을 통해 원시시대를 이해해왔기 때문에 한국 배우가 갑자기 가죽옷을 입고 나타나면 낯설고 어설프게만 느껴진다. 사람에겐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한국 배우의 원시시대 표현이 불편하기 그지없다. 체형적인 한계도 있다. 서구인의 크고 강인한 체구와 거친 외형, 강렬한 이목구비가 원시적인 야수성을 잘 구현하는 데 반해, 한국인의 작고 가는 체구와 부드러운 외형, 입체성이 덜한 이목구비는 야수성 표현에 불리하다. 그래서 어설픈 ‘짝퉁’ 느낌이 강해졌다. 고대사나 야만적인 중세를 표현한 할리우드 영상이 이미 많았기 때문에 표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저것 베낀 짜깁기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래서 ‘아스달 연대기’ 조롱이 대세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가혹한 태도다. ‘아스달 연대기’는 막대한 투자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모험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모험을 관대하게 봐주는 문화가 있어야 또 다른 모험이 나타나고 혁신이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 문제점을 잡아 조롱하기에 골몰하는 문화라면 모든 제작자는 움츠러들고 익숙한 코드만 반복할 것이다. 창덕궁에서 한복을 입고 궁중 치정만 그려도 기본 시청률 이상은 나올 것 아닌가. 모험적인 시도에 트집 잡는 시청자가 획일적인 드라마를 만든다.

지금 우리가 어색하고 어설프게 느끼는 요소들은 자꾸 보다 보면 나중엔 익숙해질 수 있다. 모든 게 표절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리에게 이런 영상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고조선 역사왜곡 문제는 그냥 고대 판타지라고 생각하면 넘어갈 수 있다. 생소하고 복잡한 설정은 스토리 전개를 보면서 차츰 이해하면 된다. 무엇보다, 모험적인 시도를 격려하고 좋은 의미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어야 더 새로운 드라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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