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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1일(火)
김원봉 추앙은 ‘대한민국 가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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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은 하필 현충일 추념사에서, 월북해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을 지내는 등 공산주의 북한 정권 수립과 무력적화통일 목적의 6·25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김원봉을, 그가 이끈 조선의용대가 국군의 뿌리라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진영의 호국영령 모독,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이라는 비난을 촉발했다. 또,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에는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그에게 달아 주자고까지 했었다. 현충일을 이틀 앞둔 국가유공자 가족 초청 오찬에서는 6·25 전사 장병 유복자가 절규한 대북 사과 요구도 외면했다.

이는 여측이 말하는 순수한 ‘이념 초월과 통합’ 노력도, 보수 야당의 발목잡기 ‘이념논쟁’도 아닌, 진정 우려되는 좌우 양극화한 우리 사회의 모습 표출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남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당 공산독재 중국의 뒷배에 핵과 탄도미사일을 손에 들고 ‘남조선 해방’의 꿈을 조금도 버릴 생각이 없는 전체주의 북한 정권을 마주하고 있다.

분열된 이념의 통합이 민족주의로 포장된 속임수인지 그 실체를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기본가치(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를 전제로 한 체제 내의 이념대립·통합인지, 공산주의 일당독재의 전체주의 체제와 자유민주주의 다원주의 체제 간의 이념대립·통합인지의 문제가 그것이다. 만약 전자라면 궁극적으로는 자유선거나 국회 입법을 통해 시민 통합이 이뤄진다. 그러나 그것이 후자라면 세 갈래 선택지가 있다. 일당독재·전체주의 체제와 자유민주주의·다원주의 체제 사이에 이른바 제3의 길은 없기 때문이다. 첫째는 적화통일이고, 둘째는 자유민주 체제 하의 통일이며, 셋째는 양 체제가 상호 존중하며 공존하는 평화 체제를 확립하는 길이다.

우선, 북한 정권은 노동당 규약에서 선언한 남조선 해방을 포기한 적이 없다. 둘째 길은 북에 자유를 외치는 민중봉기가 일어나는 경우일 것이며, 거기에도 중국 변수, 자유 진영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의 관여, 정치 리더십 등 다양한 전술·전략적 변수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둘째 길을 지지한다.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비핵화선언은 그 이상 더 완벽하게 셋째의 길을 문서화한 남북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잘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행 의지(특히 북한의)와 그 담보 장치다. 바로 이 이행 의지·담보 문제가 1991년의 남북 합의를 휴지로 만들었다. 민족주의는 이 세 가지의 어느 길이든 촉진 장치로 활용될 수 있지만, 좌파나 독재체제가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유와 경제적 여유는 우리 5천 년 역사상 처음 누리는 행복이며, 세계적으로도 우리는 그것을 누리는 10여 개국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우리가 1948년에 자유 대한민국을 선택했기 때문이며, 우리가 현재 대한민국의 시민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원하는 것은 아직도 공산주의 일당독재의 노예로 신음하는 북한 동포와 함께 이 자유와 경제적 여유를 누리자는 것이지, 우리도 독재 체제의 멍에를 쓰자는 건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하고 대한민국이 표방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북의 독재 기구의 일원이었던 인물의 서훈을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은 위 둘째 길인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이 완성된 다음 북측 정부 인사에 대한 관용 차원에서나 다뤄져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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