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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2일(水)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기생충’ 속 상징과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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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 속 기택네 반지하 집 화장실(왼쪽)과 박사장네 거실 모습. 봉준호 감독은 두 공간의 대비를 통해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준다. CJ ENM 제공

쏟아지는 빗줄기와 반지하 침수 …“사회 수직구조 극대화 한 장치”
박사장이 불쾌해 한 운전기사 기택의 냄새 …“계층간 갈등의 상징”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누적 관객 수 70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도 성공했다. 이 영화에는 ‘봉테일’(봉준호+디테일)로 불리는 봉 감독이 숨겨 놓은 다양한 상징과 은유가 가득하다. 관객들은 장면과 대사에 녹아있는 장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족 희비극’을 표방한 이 영화는 반지하 백수 가족의 아들과 딸이, 넓은 저택에 사는 부잣집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일을 그렸다. 공간과 소품, 배우들의 언행 등으로 두 가족의 삶을 대비시키며 양극화와 청년실업, 위선, 허세 등 사회문제를 녹여 넣었다. 봉 감독이 직접 설명한 ‘기생충’ 속 장치와 연출에 대한 풀이를 소개한다. 이 기사에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을 함께 작업한 류성희 미술감독이 2003년 영화전문지와 인터뷰하며 ‘봉테일’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며 “감사한 말이지만 배우 관점에서 보면 내가 ‘컨트롤 악마’로 보일 수 있다. 사실 나는 별 대책 없이 촬영 현장에 나갈 때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화가 정교한 건 좋지만 정교하게 하려고만 영화를 찍는 건 아니지 않냐. 이상하고 엉뚱한 면도 필요하다”며 “‘봉테일’이란 별명이 관객을 그런 쪽으로 유도하는 것 같다. 나는 계속 이 별명을 싫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 감독에게 “이번에 작정하고 ‘봉테일’의 진수를 보여주려 했냐”고 묻자 “사실 의도해서 넣은 장면과 대사도 있고, 나도 잘 모르게 들어간 것도 있다”며 “영화에서 기택(송강호)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상징적’이라는 말을 몇 차례 한다. 내가 써 놓은 대사지만 신기하게 다가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생충’ 속 장면과 대사에 대해 세세히 설명했다.

▲  반지하에 스미는 제한된 햇볕 “부자는 뭐라도 더 갖는단 의미”

◇공간의 대비 = 반지하와 저택을 통해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사회적 위치를 대비시켰다. 기택네 반지하 집 주변에는 실제 음식물 쓰레기를 동원해 냄새까지 구현했고, 반지하 내부에는 삼겹살의 기름때 등으로 디테일을 더했다. 반면 박사장(이선균)네 저택은 최대한 우아하게 제작해 기택네와 확연한 차이를 둔다. 또 박사장네 집에는 서로의 말과 행동을 듣고 볼 수 없는 코너와 사각지대를 설치해, 이로 인해 일어나는 상황의 재미를 더해 준다. 봉 감독은 “반지하는 거꾸로 말하면 반지상이다. 거기 사는 기택네 가족은 지하는 아니라고 자위하고 싶지만, 밖에서 냉정하게 보면 지하”라며 “반지하는 하루 중 햇볕이 드는 시간이 제한적이지만 박사장네 저택에는 엄청난 양의 빛이 쏟아진다. 부자들은 햇볕도 더 많이 차지한다는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물이 흘러내리는 수직 구조 = 반지하에 사는 기우가 박사장네 집으로 가기 위해 오르는 언덕길과 실내외의 계단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넘어 현대사회의 수직적 질서라는 의미를 담아낸다. 특히 기택네 가족이 박사장네 거실을 점령하고 있다가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박사장네 집을 탈출해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반지하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수직 구조가 극대화된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수직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빗줄기도 수직적이고,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기택네 반지하가 침수되는 서글픔을 보여주려 했다. 모든 공간을 훑어 내려가는 물 자체가 슬픈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기택네 가족 이동 장면에 대해 “일시적으로 로드무비처럼 보인다”며 “잠깐 걸어가는 장면이지만 그 장면에 대한 열의가 많아 궁극의 로케이션을 보여주려 했다. 자하문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찍은 장면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차례대로 배열해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지하에 대한 집착 = 가난하게 살면서도 구김살 없는 기택네 가족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내던 영화는 기택 가족이 박사장 집 지하에 숨어 살던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며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에 나오는 지하 공간은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공포감까지 유발한다. 봉 감독은 전작에서도 지하 공간을 펼쳐냈다. 그는 “거슬러 올라가면 단편 ‘지리멸렬’에서 처음 지하가 등장한다. 부모님과 같이 살던 아파트 지하에서 촬영했다”며 “‘플란다스의 개’도 그 아파트 지하에서 찍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외국 기자들도 ‘지하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냐’고 묻는데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싶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며 “중학생 때 친구가 없는 외톨이여서 만화를 그리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아파트 지하에 들어가 보니 경비 아저씨가 주민들이 버린 가구와 가전제품으로 비공식적인 휴식공간을 만들어 놓았더라. 그 공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기생충’의 수직적 배열에서 지하는 더할 나위 없는 장치”라며 “이번에 지하가 안 나왔으면 섭섭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壽石·인디언 “죽은 존재 은유” 모스부호는 “기대 숨긴 장면”

◇수석(壽石)과 인디언, 그리고 모스부호 = 기우의 친구 민혁(박서준)이 기우를 박사장네 과외 선생으로 소개하며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택네 집에 불쑥 찾아온 민혁이 행운의 의미가 있다며 할아버지의 수석을 선물하자 기택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반긴다. 이 수석은 기우의 감정 변화를 촉발하는 도구로 쓰이며 가장 비극적인 장면에서도 사용된다. 또 박사장네 막내아들 다송(정현준)이 인디언에 빠져 산다는 설정과 모스부호로 지하와 지상이 소통한다는 것도 특이하게 다가온다. 봉 감독은 “수석과 인디언으로 죽어 있는 것에 대한 느낌을 전하려 했다. 벌레가 기어 다니고 이끼가 맺혀 있는 돌이 아닌 수석은 동물로 치면 박제 같이 죽어 있는 존재고, 인디언도 보호구역에서만 사는 죽은 종족”이라며 “젊은 사람과 어린이가 이것들을 만지고 있는 이상한 느낌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 어떻게 흡수될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모스부호에 대해서는 “지하에 사는 근세(박명훈)가 이마로 전등 스위치를 눌러 스카우트 모스부호를 전하고, 스카우트인 다송이 노트에 받아 적는 장면을 보며 뭔가 기대하게 된다”며 “기대가 스르륵 없어지고, 기대 안 한 부분에서 터지게 하는 게 감독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냄새의 의미 = 기택네 가족 모두 박사장네에 취직해 잘 지내고 있다가 감정이 격해지는 동기를 제공하는 요소가 ‘냄새’다. 박사장은 자신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기택에 대해 “냄새가 선을 넘어온다”고 말하고, 이를 들은 기택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후반부 소동으로 이어진다. 봉 감독은 “냄새는 중요한 모티브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동선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며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운전기사, 가사도우미, 가정교사 등은 부자와 가까이에서 냄새를 나눌 수 있는 직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의 냄새를 말하는 게 무례하게 느껴지지만, 사적이고 내밀한 곳까지 카메라가 파고드는 이 영화에서 냄새를 다루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였다”며 “냄새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가두고 있었나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기생충’ 글자 차용 이름 지어 “족보 몰라 父子 간에도 돌림자”

◇캐릭터 작명법 = 봉 감독은 등장 인물의 이름도 허투루 짓지 않는다. ‘기생충’이라는 제목에 맞춰 기택네 가족 이름에는 모두 ‘기’ 자와 ‘충’ 자가 들어간다. 기택의 아들과 딸은 기우와 기정(박소담)이고, 부인은 충숙(장혜진)이다. 박사장네 집을 지어준 건축가는 남궁현자로,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름이 여러 차례 소개된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족보와 항렬에 대해 잘 몰라서 아버지와 자식들 이름에 돌림자를 썼다”며 “‘설국열차’에 이어 이번에도 ‘남궁’이라는 성을 썼는데 남궁에 현자까지 붙으니 얼마나 느끼하냐. 모던한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지만 부자들의 피신처로 자신이 파놓은 지하 공간을 창피하게 여기며 소문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인물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학교 같은 반에 남궁 성씨를 가진 친구가 있었는데 피부가 좋고 잘 생겨서 사이가 안 좋았다. 피부가 좋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  짜파구리

한우 넣은 ‘짜파구리’ “부자 과시욕 표현한 것”

영화 ‘기생충’에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조리하는 ‘짜파구리’가 나온다. 이 음식은 영화가 ‘희극’에서 ‘비극’으로 전환되는 기점에 등장한다. 박사장네 가족이 캠핑을 떠난 사이 저택 거실을 점령하고 느긋하게 술을 마시던 기택네 가족들은 폭우로 박사장네 가족이 갑작스레 귀가하며 일대 소동을 벌인다. 그 와중에 박사장 부인 연교(조여정)는 기택 부인 충숙에게 8분 안에 한우 채끝 등심을 넣은 짜파구리를 만들 것을 지시하고, 충숙은 가족들이 모두 숨어야 하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정성스레 짜파구리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기택네와 지하 부부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너구리 마니아”라고 밝힌 봉 감독은 짜파구리를 넣은 것에 대해 “다송이가 부잣집 아이지만 캐비어(철갑상어 알)나 오마카세(셰프 추천 메뉴)만 먹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로 ‘초딩’ 입맛에 맞춘 짜파구리를 썼다”며 “하지만 연교는 아이에 대한 과한 사랑과 과시욕을 담아 한우를 넣은 짜파구리를 만들어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사장네가 8분 안에 도착한다고 하자 기택네 가족은 패닉 상태에 빠지지만 이상하게도 충숙은 짜파구리를 정성껏 만들기 위해 집중한다”며 “온 가족이 노력해 얻은 일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솜씨를 보여주려는 열정이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배우들에게 그 장면을 설명하자 웃음이 터졌다”며 “아마도 기택네는 지하 부부와 엮이지 않았으면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 박사장네를 모셨을 거다.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인데 배우들이 잘 이해하고 성심껏 연기해줘서 잘 표현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택네와 지하 부부는 서로 약점을 잡은 상태로, 서로 자폭하지 않고 좋게 협상하거나 연대할 수 있었지만 인간의 애꿎은 운명으로 파탄을 맞게 된다”며 “잘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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