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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2일(水)
제사 핑계로 차렸던 헛제삿밥… 헛헛함 채워준 ‘전통 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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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애당 ‘헛제삿밥’(왼쪽)은 제사가 끝난 뒤 참석했던 후손들이 제사에 사용된 음식을 골고루 나눠 먹으며 조상을 기리는 데서 유래했다. 오른쪽 위부터 모둠전, 쇠고기 국, 간고등어와 돔배기.

안동 다섯 고택의 내림음식 - (5) 수애당

독립운동가 류진걸 선생의 자택
운현궁 지은 대목장 마지막작품
결혼 8년만에 수애당 안주인 돼
고택 관리·전통학습 바쁜 나날

특산물 ‘마’로 차려낸 내림음식
마백김치·마장아찌에 음료까지
국수면·3색나물 넣은 헛제삿밥
전·산적·돔배기 등과 함께 차려


그간 안동에서 고택체험과 종부 및 안주인들이 살아온 여러 날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 것은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샘솟고 있는 그들의 열정과 그들 인생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긍정 마인드에 감탄했다. 고택 안주인들은 젊은 시절과 달리 높낮이가 있는 고택을 예전처럼 마음껏 종횡무진 다닐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가끔 부대낄 때마다 글로 적어 내리며 마음을 달랬고, 종택의 종부 혹은 고택의 안주인으로서 각자의 능력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내며 성취를 이뤘다. 다섯 고택의 마지막 행선지, 수애당의 내림음식을 찾아간다.
수애당은 전주 류씨 수곡파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류진걸 선생이 1939년 경북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 612번지에 건립했으나 1987년 임하댐 건설로 200m 떨어진 현재 위치(470-44)로 옮겨졌다. 류 선생의 호인 ‘수애(水涯)’를 따 수애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임동면에서 수곡교를 건너 임하호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쉬어가는 정자가 몇 개 나타나고, 훨씬 넓은 자리의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큰 정자가 있는 곳 맞은편에 수애당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수애당에는 류 선생의 손자 류효진 씨 내외가 살고 있다. 안주인인 문정현 씨를 만났다. 고택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준 안주인은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안주인은 수애당을 중심으로 호수 주변과 자연경관뿐 아니라 고택 바로 뒤에 위치한 전주 류씨 종택 내부까지 흥미를 유도하며 전문가답게 소개했다. “수애당은 운현궁을 지으신 대목장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세세하게 소개하는 안주인의 모습에서 작지 않은 고택을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믿음이 느껴졌다.

안주인에 대해 궁금해져 개인적인 질문까지 이어졌다. “대기업 해외영업 부서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었을 때 남편을 만났어요. 연애결혼을 했지요(미소). 남편을 처음 소개받던 날 ‘나는 이 남자와 결혼하겠구나’라고 바로 느낄 수 있었어요.” 솔직함에 놀랐다. 젊고 좋은 기운을 뿜어내는 안주인이 50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 여행 후 첫 시댁에 인사 오던 날을 잊을 수 없어요.” 안동의 며느리를 맞이하는 ‘짚불넘기’ ‘쌀자루밟기’ ‘박깨기’ 등 여러 가지 통과의례를 치러야 했는데 남편은 어느 하나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며느리에게 주는 큰 상을 받았던 날, 많은 음식이 있었지만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우선 제 앞에 놓인 떡국을 비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긴장을 많이 했었어요. 남편이 조금 야속했어요. 미리 얘기해 줬으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미소).”


이후 수애당을 지켜야 한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결혼 후 8년 만에 수애당의 안주인이 됐다. 어릴 때부터 결혼 생활의 로망이었던 2층 양옥집과는 작별을 고했다. “안동에서의 생활은 전통을 알아가고 배우는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여성정책개발원에서 주관한 고택 상품개발과 맞물린 다양한 음식문화 교육이 제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교육을 받는데도 4대 1의 경쟁률을 이겨내야 했다고 한다. “그때 안동의 많은 종부와 안주인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어요. 도시에서 시집온 제게 하나씩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어요. 제게는 모두 선생님이셨어요.”

문정현 안주인에게 수애당의 ‘내림음식’을 물었다. “저희 집안은 안동의 특산물인 마를 사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듭니다. 특히 ‘마백김치’와 ‘마장아찌’ 등이 내림음식입니다.” 마는 안동지역의 대표적인 지역 생산물이다. 생마를 그대로 즐기기도 하지만 요즘은 마를 이용한 다양한 음료도 많이 개발됐고, 건조해 분말로 만들어 음식 등에 뿌리기도 한다. “수애당 이름으로 홈쇼핑에서 100% 건조 마를 판매하고 있어요. 마는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음식 맛의 깊이를 더해주는 수훈갑이죠. 마를 넣어 백김치를 만들면 맛이 깊어집니다. 저희 집에 오시는 손님들께는 아침상에 마를 이용한 2가지 찬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애당에서는 안동의 대표적인 음식 ‘헛제삿밥’을 예약으로 즐길 수 있다. “저희 집안 제사 음식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헛제삿밥은 제사가 끝난 뒤 참석했던 후손들이 제사에 사용된 음식을 골고루 나눠 먹으며 조상을 기리는 데서 유래했다. 어찌 보면 헛제삿밥은 안동사람들 모두의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수애당의 안주인은 수애당만의 방법으로 헛제삿밥을 준비한다.

놋그릇에 국수 면을 준비하고 밥은 따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물류 3가지(고사리, 도라지, 무, 콩나물 외 푸른 채소 중 3가지)를 가지런히 둘러 얹어내고 국수 면을 올린다. 국은 쇠고기, 오징어, 무, 두부, 다시마, 노란 계란고명을 넣은 쇠고기 맑은국을 준비하고 전류(배추전, 두부전, 부추전), 산적류(간고등어, 상어산적) 등이 제공된다.

돔배기로 알려진 상어고기, 간고등어 역시 해산물이 귀했던 안동 지역에서는 제사상까지 오르며 몸값 좀 하는 귀한 대접을 받는 음식이 됐다. 이렇게 귀한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다 보니 제사를 핑계로 별미를 즐기고 싶은 이들의 거짓제사가 생겨나게 된 것. 그래서 이를 ‘헛제삿밥’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저의 정성과 제철음식을 더해, 깔끔하고 든든한 한 끼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안주인에게 수애당에서 숙박할 때 꼭 즐겨야 되는 몇 가지를 물었다. “우선 안채 사랑방 구들에 군불 때는 모습을 구경하시면 좋습니다. 남편이 직접 불을 때지요. 어찌나 혼신을 다해 불을 때는지 만성통증까지 생겨 우리끼리는 직업병이라고 말해요.” 사랑방 툇마루 밑에 쌓여 있는 많은 장작이며 큰 가마솥도 볼수록 재미있고, 아침나절 부뚜막에 올라가 따뜻한 온기를 쬐고 있는 고양이 모습도 평화롭다. “그리고 고택 내 장독대에서 임하호 위로 떨어지는 일몰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임하호 위로 해가 떨어지는 일몰 장면이 안동을 대표하는 가장 멋진 모습 중 하나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일몰을 즐기는 손님들을 위해 장독대 바로 옆에 대형 테이블을 준비했어요.” 그곳에서 임하호를 바라보니 시야가 넓어 막힘없이 시원했다. “아침에 임하호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때는 정말 장관입니다.” 근처에 정자가 많은 이유를 알게 됐다.

추가로 수애당에서 바깥주인을 만난다면 바깥주인과 대화 나누기를 권한다. 명리학을 수학했다는 바깥주인은 수애당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에게 쉽고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며 그의 세상관으로 끌어들인다. “알게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명리학 토크 시간이 될 것입니다. 남편은 젊은이들을 좋아해요.” 젊은 기운과 젊은 주인들. 수애당의 분위기는 젊고 맑다. “올해 안에 남편의 세 칸짜리 방을 손봐서 손님들과 함께 공유하는 서재로 바꿀 예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오니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젊은 안주인의 감각이 돋보이는 색감이 살아있는 구성이 보기 좋았다. ‘강황가루를 넣어 색을 입힌 밥’과 ‘미역국’ ‘마른대추를 올려낸 생마’와 ‘블루베리를 올리고 마 가루를 뿌려낸 닭 가슴살과 생야채’ ‘제피장아찌를 올린 두부부침’ ‘오징어를 곁들인 미역무침’ ‘돔배기 살을 올려낸 애호박부침’ ‘두 가지 색 북어보푸름’ ‘배추전’ ‘고사리나물’ 등 식기며 색감 구성이며 남다른 감각이 돋보이는 든든한 아침식사였다. 여러 가지 맛의 야생차는 식사가 끝난 후 투숙객들과 서로 담소를 나누게 하는 일등공신이었다.

식사 후 안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때는 수애당을 알리는 로드숍을 오픈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국 이곳 수애당이 전통이 살아있는 로드숍임을 재차 깨닫게 되었어요. 요즘은 아이들이 장성해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저에게 도움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그의 미소 뒤에 숨겨진 수애당의 미래 모습이 점점 기대된다.

안동 다섯 고택 체험과 더불어 집안마다의 내림음식을 즐기다 보니 음식을 통해 내가 과거의 전통과 연결되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렇게 그들의 외로움과 수고, 헌신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개척을 통해 음식의 전통은 지켜지고 이어지고 있었다.

내림음식을 지키고 발전시켜 온 우리나라의 수많은 종택의 종부들과 고택의 안주인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 전통을 일반인들과 함께 나누고자 결정한 다섯 고택과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봄에 시작해 한 달 조금 넘긴 안동으로의 여행은 완연한 여름의 시작을 기다리는 시점에 완성됐다. 안동에서 만난 다섯 명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지켜온 전통의 맛, 안동의 맛을 즐기러 떠나 보자.

강태안 미식여행가

1인기준 투숙비 5만 ~ 6만원
2만원에 헛제삿밥만 체험도


수애당에 가려면 안동 버스터미널에서 안동역으로 이동한 후 임동면행 633번 시내버스를 타고 수곡교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1인 기준 투숙비용은 5만∼6만 원. ‘헛제삿밥’과 아침식사를 예약해 즐길 수 있다. 헛제삿밥 가격은 2만 원(숙박객 1만8000원)이고, 아침식사 가격은 1만 원이다. 내림음식 특화상품 ‘100% 건조 마 가루’는 홈쇼핑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주변에 임하호, 경북독립운동기념관, 임하호수상레저타운, 아기산, 지례예술촌, 안동대박물관(원이엄마 관련 유물), 용계은행나무 등이 있다.

수애당 등 안동 다섯 고택에서 고택체험과 내림음식을 즐기려면 안동관광두레가 지정하는 ㈜버스로기획 1661-0416으로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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