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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2일(水)
北 공개처형장 323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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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도주하지 말라, 셋 이상 모여 있지 말라, 흉기를 훔치지 말라, 절대 복종하라…. 무슨 비밀 결사 조직의 규약이 아니다. 위반하면 즉각 처형하는 북한 수용소의 규칙이다. 평양 인근 대동강 중류에 있는 제14호 수용소의 규칙은 10가지. 그중 ‘즉시 총살’에 해당하는 세부 항목만 16개다. 블레인 하든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몇 년 전에 출간한 ‘14호 수용소 탈출’에 소개된 내용이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 신동혁 씨의 증언은 읽는 순간 전율한다.

‘옷을 벗기고 손목과 발목을 밧줄로 묶어 천장에 매달았다. 그리고 몸을 매단 그 바로 아래에 불을 피웠다. 살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정신을 잃었다.’

허리와 엉덩이의 화상 자국, 아랫배의 쇠꼬챙이 흉터, 잘린 오른손 중지가 수용소에서 고문(拷問)당한 신 씨의 증언을 입증한다. 그의 자백으로 붙잡힌 어머니와 형은 1996년 탈옥 모의죄로 공개 처형장인 텅 빈 밀밭으로 보내졌다. 그와 아버지는 군중의 맨 앞줄에서 어머니의 교수형, 형의 총살형을 지켜봐야 했다…. 2005년 1월 2일, 스물네 살 신 씨는 수용소 탈출을 감행했다. 담장 위 전기 철책은 그의 양쪽 정강이에다 선명한 흉터를 남겼다. 살을 파고드는 혹한과 발목을 잡는 눈밭을 한 달 넘게 걷고 걸어 마침내 중국에 숨어들었다. 2년쯤 뒤 한국에 입국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정착했다. 14호 수용소 탈옥 성공 제1호의 실화다.

11일 국내 언론은 국제 인권 단체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의 북한 처형장에 관한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살해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이란 이 보고서에는, 북한의 처형·암매장 장소가 표시된 지도 등이 담겨 있다. 탈북민 610명의 증언과 위성사진 등을 통해 지목한 공개 처형장은 323곳. 그중 83%가 평양에서 가장 먼 함경북도(200건)와 양강도(67건)에 있다. 14호 수용소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터에 통일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발간해 오던 ‘북한인권백서’ 2019년 판 공개를 미루고 있다고 한다. 국책 연구기관이 연구 활동마저 정권 입맛에 맞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북한 비핵화가 어려울수록 주민의 인권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핵과 인권은 국제적 관심사인 만큼 양면 전략을 펴야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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