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아빠 없어도… 오순도순 살수있어 행복해요

MBC 사장賞 김다현

벌써 재작년이네요. 즐거워야 할 설 연휴를 깨는 접시 깨지는 소리가 기억나요. 엄마는 울고 계셨고 아빠는 깨진 접시 파편을 치우고 계셨어요. 괜히 지금 깼다가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 잠자는 척했는데, 엄마가 짐 싸서 동생이랑 저랑 이모 집에 가 있으라고 했죠. 그땐 그냥 아빠의 외도로 싸우게 되셨고, 이혼하시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 일이 있고 난 후, 연휴 기간 동안 방 안에 가만히 있다가 밥 먹기를 반복하고, 충격받은 엄마의 모습밖에 기억이 안 나요. 나마저 정신을 안 차리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더 웃고 더 밝게 살려고 했어요. 그때마다 제 의견을 수용해주시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고1을 보내고 겨울방학이 되고 엄마랑 진로 고민을 하다 가족 얘기를 했잖아요. 엄마가 그때 저한테 “더 좋은 가정에서 널 키워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을 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어요. 엄마는 충분히 좋은 가정에서 날 키워주셨고, 한 번도 내 가정이 안 좋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잖아요. 솔직히 16년간 이어진 가정에 변화가 온 것을 1, 2년 안에 받아들인다는 게 불가능했어요. 겉으로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속은 아직 괜찮지 않아 여러 방면에서 그게 티가 났어요. 엄마도 분명 그걸 느꼈을 텐데, 엄마도 분명 자기 챙기기도 바빴을 텐데 묵묵히 믿어주고 속으로 응원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엄마도 힘들었을 텐데, 기대고 싶었을 텐데 그냥 가만히 곁에서 지켜보고, 믿어주고, 그 자리를 지켜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그 누구도 이에 대한 대처방법은 알지 못했지만, 서로의 믿음을 통해 지금의 우리 가족이 남아 있을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보다 훨씬 더 가족 분위기도 재밌고 가까워진 것 같아요. 난 엄마랑 동생이랑 이렇게 오순도순 살아가는 게 너무 행복하고 편하고, 가장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러니까 엄마도 이제 엄마 행복을 찾아서, 엄마를 위한 인생을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