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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문10답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4일(金)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촉발시킨 ‘정년연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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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노인 빈곤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정년 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밝혀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시니어 구직자들이 채용 박람회에서 구인기업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사진

‘정년 60세’ 실제 시행 24년 걸려 … 65세 연장 논의 걸음마 단계
“노동력 부족 해결” vs “인건비 가중·세대간 고용 전쟁” 찬반팽팽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TV 대담에서 “정년 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도 줄면서 노동력 규모를 유지하려면 정년 연장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게 홍 부총리의 판단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하게 되면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세대 갈등도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정년 연장 도입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배경과 전망, 해외 동향, 우려 등을 살펴본다.

1. 정년 연장 발언 왜 나왔나

홍 부총리는 지난 5월 23일 기자들과 만나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고령층 빈곤 문제가 심각하고 급격한 인구구조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운을 뗀 바 있다.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정도로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율(45%)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이 주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향후 10년여 동안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베이비붐 세대가 연간 80만 명에 이르고, 새로 진입하는 청년층은 40만 명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 일자리 감소) 효과는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 관련 논의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정년연장으로 절약되는 재정을 청년채용에 투입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 선진국들도 앞다퉈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평균·건강 수명 연장, 재정부담 축소, 노동력 부족 해결 차원에서 장기적인 사회 균형발전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 연장 시기는 언제쯤

정년연장 논의가 시작됐다고 해도, 실제 법이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의 ‘60세 정년’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다. 이 법은 2014년에 통과했다. 당시 정년은 57세였다. 그나마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시행은 2년 늦춰진 2016년부터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년 연장에 대해 “(홍 부총리의 발언은) 당장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고 인구 고령화 속에서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측면”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로 당장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아직 청년, ‘에코 세대’가 늘고 있어 앞으로 몇 년 더 지나야 (증가세가) 해소될 것”이라며 “에코 세대 인구가 늘어 (정년 연장을 하면) 청년 고용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우리나라 기업 임금체계가 연공서열이 굉장히 강해 (정년 연장에) 바로 들어갈 수 없다”며 “60세 정년 연장을 의무화한 지 2∼3년 됐는데 이게 우리 노동시장에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 범정부 TF 움직임은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운영해 온 ‘인구정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이달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단계적 정년 연장 방안 등을 포함한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올해 하반기 진행될 2단계 TF 때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기재부와 교육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이 주축이 된 1차 TF 논의 결과를 토대로 만 60세인 정년을 넘긴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사업장에 장려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 같은 고령자 고용 촉진 인센티브 대상 나이를 만 62세나 만 65세로 설정하는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출산율 감소로 덩달아 줄어들 병역 자원에 대응하기 위해 의무복무 병(兵) 중심의 병역 피라미드 구조를 직업 군인인 부사관 중심으로, 병력 중심의 군(軍) 패러다임을 첨단전력 중심 기술 군 패러다임으로 각각 전환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1차 TF 결과에는 법적 정년 자체를 연장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기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새롭게 출범할 2차 TF에서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단계적 정년 연장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4. 대법 ‘정년 65세’ 판결

지난 2월 21일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모 씨 부부와 딸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 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고 판단했다. 박 씨 가족은 2015년 8월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4세 아들이 사망하자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액과 위자료 4억9354만 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기존 판례에 따라 노동가동연한을 60세로 유지해야 할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1989년 12월 55세였던 노동가동연한을 60세로 상향했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박 씨 아들이 성인이 된 후부터 60세가 될 때까지 육체노동에 종사해 벌었을 수익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자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60세 이상’으로 돼 있는 현행 규정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5. 고용률 증가 꼼수 아닌가

나름대로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있어 보인다. 수출 악화 등 악재로 인해 경기가 가라앉는 가운데 5월 취업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것이 60대 이상 노령층의 취업 증가가 주효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달 60대 이상 취업자는 35만4000명이 증가해 전체 취업자의 증가를 이끌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이 같은 취업자 증가의 통계적 효과를 더욱 크게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증가 자체를 나쁘게 볼 이유는 없지만, 문제는 이 같은 60대 일자리의 ‘질’이다. 올해 들어 고용지표를 떠받치는 60대 일자리는 양질의 제조업이나 금융업 등의 분야가 아니라 주로 근무시간이 적고 단순노동이 주를 이루는 초단기 일자리에 몰려있다. 이 같은 일자리 증가가 젊은 층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감소를 대체한다면 통계적으로 고용률이 높아진다고 해도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6. 국민연금 고갈 방지책?

정년 연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국민연금 제도개선 자문안 발표 당시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년이 늘어나는 만큼 수급 연령도 늦춰서 고갈을 방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복지부는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현재 계획대로 65세까지 상향 완료되는 2033년 이전에는 추가적인 논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지난 1988년 제도도입 당시 만 60세에서 2011년 법 개정으로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늘어나 2033년 65세가 된다. 다만 정년 연장이 확정될 경우 늘어나는 정년만큼 국민연금 납입 연령을 상향하는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연장될 경우 국민연금 납입 연령을 늘려 수급액 등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느 정도 고갈을 늦추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7. 일본 70세로 늘린다는데

일본 정부는 5월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열린 미래투자회의에서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확정해 내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해 노동력과 연금재정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는 지난 2013년 법적 정년 연령을 65세까지 연장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조정안을 마련했다. 재고용 시 파트타임 고용이 가능하고 임금이나 처우를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노동자가 원래 일했던 회사가 아닌 곳에서 파견근로 형식으로 재취업하는 것을 돕기 위해 실버인재센터를 두고 지역공동체의 단기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동시에 기업의 고령 인력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조성금 제도도 도입했다.

8. 美·유럽 등 정년 연령은

미국과 영국은 정년이 없다. 미국은 1986년 당시 70세로 규정한 정년을 폐지했고 영국도 2011년 65세를 정년으로 의무화한 조항을 삭제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의 경우 노동 유연성이 확보됐고 영국은 성과주의 임금 제도가 자리 잡아 기업의 고령자 고용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법정 정년을 늦추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2년 남성 65세, 여성 60세인 정년을 각각 66세, 62세로 늘렸다. 같은 해 독일은 2029년까지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은 2027년까지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일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65세인 정년을 68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9. 기업들 반응은

기업들은 60세 정년 연장을 시행한 지 4년이 안 된 시점에서 추가적인 연장은 기업에 인건비 부담을 떠안길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 전체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2021년부터 12년간 3년에 1년씩 정년을 늘리는 등 단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한다. 반면 우리는 60세 정년연장 시행이 채 4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빨리 정년을 연장하려고 한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정년연장은 필요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함께 가야 두 바퀴를 기반으로 해 경제가 굴러갈 수 있는데, 정부는 정년연장만 갖고 바퀴를 굴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기업에 부담되는 인건비 등 고비용이 제품 가격 및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정년연장을 하더라도 단순 연장은 어렵고, 임금피크제 확대 등 보완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 청년층 반응

청년층의 반발로 세대 간 밥그릇 싸움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학원생 박모(31) 씨는 “경제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데 정년까지 연장한다면 청년 세대의 일자리도 줄어들면서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의 일자리 갈등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일시적인 정년 연장보다 은퇴 후 실질적으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노동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존재하는 임금 격차 등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회사원 김모(30) 씨는 “아르바이트와 같은 임시직이나 단순 노동 직군처럼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일자리에서 밥그릇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년을 늘려도 노년에 가서 장년 세대끼리 일자리 경쟁도 심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년 연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고령 인구 부양 부담을 줄이고 고령층이 스스로 부양할 수 있는 시기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모(29) 씨는 “아이는 점점 안 낳고 나이 든 사람들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년이라도 늘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먹고살기 막막할 것 같다”며 “정년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청년들 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임금피크제 같은 제도를 확대해 청년 세대 일자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박모(여·28)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중·장년층들이 경제적으로 노후 대비가 부족하지 않으냐”며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년을 늘리는 게 맞는다”고 전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김성훈·최지영·박민철·이은지·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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