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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4일(金)
정부 역량 시험대 올린 造船社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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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난맥상이 민낯을 드러낸다. 주력산업의 혁신과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정부,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서 경영권 유지·승계에 신경 쓰는 대주주, 밥그릇을 지켜야 하는 노조와 지역사회, 싸움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공권력, 유권자 눈치만 살피는 정치인, 경제 번영과 일자리를 바라는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가 얽혀 사리 판단이 어렵다.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자. 산업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협상에 나섰으나, 금융위기와 조선업 불황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2015년에는 분식회계 적발로 5조 원의 대규모 적자가 드러나 공적자금을 재차 투입하고 채무 재조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6년에는 조선 3사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하고 조선업계의 시황과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합병을 재추진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여력이 없는 현대중공업을 끌어들이는 방책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주식 맞교환이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소유한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존속회사는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바꾸고 서울에서 인사·노무·투자와 연구·개발을 맡는다. 신설되는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100% 자회사로 울산에 남아 생산을 맡는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한국조선해양의 주식과 맞교환하면 한국조선해양이 현금을 들이지 않고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미포조선과 함께 대우조선해양까지 자회사로 두는 중간지주회사가 되는 시나리오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을 통한 합병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금화 가능한 투자자산의 상당 부분을 한국조선해양이 가져가면, 직원의 대부분이 소속되는 현대중공업은 부채를 떠안아 향후 구조조정의 빌미를 준다. 자회사의 수익성에 연계된 노동자 및 하청사의 소득과 근로조건도 보장받을 수 없어 불안하다. 중간지주회사가 수주한 물량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배분받기 위해 경쟁하는 중에 노조의 협상력이 약해진다. 현대중공업 총수 일가의 직접적인 경영책임을 묻기 어려움도 지적된다. 지역 정치인들은 울산지역 경제 침체를 문제 삼는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하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불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할지는 몰라도 목 맬 상황은 아니다. 독과점 이슈가 거론되고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 경쟁국에서의 기업결합 승인도 풀어야 할 과제다. 경쟁사뿐만 아니라 주요 고객인 해외 선사들의 반감도 달래야 하니 부담이 된다. 조선업계를 재편하는 이번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현대중공업이 잃을 건 많지 않다. 합병 불발이 준비가 미흡했던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으로 돌려질 낌새가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석연치 않은 대우조선 인수전 불참이 재조명되면 공정성 논란에도 휘말릴 수 있다.

모든 이슈를 고려하더라도 중국의 도전이 거센 조선업의 중흥을 위해선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와 조선업 개편이 시급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시간을 더 허비할 여유가 없다. 정부의 수혈로 연명하는 가운데 스스로 임금을 반납하며 불안한 날들을 보냈던 대우조선 근로자들에게도 합병 불발은 이롭지 않다. 분명한 건 이번 조선사(造船社) 합병 건으로 현 정부의 산업정책과 구조조정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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