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희의 맛있는 술 이야기>‘술 중독자’ 소문 두려워한 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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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하고 또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실수나 결점을 다른 사람에게 지적받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방어를 위해 변명을 하게 된다. 특히나 자신이 높은 자리에 있고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린 명령을 자신이 어겼을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더불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구차한 변명은 더욱 부끄러운 상황을 만든다.

조선왕조 역대 임금 중에서 가장 오래 살고 가장 오래 재위한 임금은 영조다. 오랜 치세 동안 붕당들의 정쟁을 막기 위해 탕평을 실시해서 정국을 안정시키고 백성의 굶주림을 줄이기 위해 금주령을 오랫동안 실시한 왕으로 유명하다.

조선왕조실록 중 1736년 4월 24일에 있었던 일을 살펴보면 영조와 검토관 조명겸이 나누는 대화를 기록한 재미있는 대목이 있다.

“임금이 야대(夜對)를 흥정당(興政堂)에서 행했다. 강(講)하기를 마치고 선온(宣온)했는데, 검토관(檢討官) 조명겸(趙明謙)이 아뢰기를 ‘가만히 여항(閭巷)에 전해진 말을 들으니, 혹은 성상께서 술을 끊을 수 없다고들 한다는데, 신은 그 허실을 알지 못하겠지만 오직 바라건대, 조심하고 염려하며 경계함을 보존토록 하소서’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내가 목을 마를 때에 간혹 오미자차(五味子茶)를 마시는데, 남들이 간혹 소주(燒酒)인 줄 의심해서이다’ 했다.”

‘야대’는 지금으로 치면 밤공부로 야간 자율학습을 말한다. ‘강’은 강의나 수업을 말하고 ‘선온’은 수고한 신하에게 임금이 술과 음식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여항’은 ‘여염(閭閻)’과 같은 말로 벼슬을 하지 않는 일반 백성을 뜻하는 말인데 좁은 골목이나 꼬불꼬불한 거리가 있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주거지라는 의미도 있어 중인과 일반 백성이 생활하는 한양 전체의 주거지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야대는 일반적으로 식사를 마치고 7시에서 9시나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했다. 임금의 학문적 식견과 덕을 쌓기 위해 하는 공부로 같이 배석한 신하들과 토론이나 문답을 나누기도 했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이뤄지는 공부시간이다 보니 분위기가 여유 있었고 가끔 수고를 핑계로 술자리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자리에서 점잖게 말하긴 했지만, 조명겸의 예기치 않은 말에 영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영조는 오미자차로 핑계를 대며 상황을 피해가기는 했지만, 여항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궁궐뿐만 아니라 도성 전체에 자신이 술을 끊을 수 없는 중독자라고 소문이 났다는 말에 매우 놀랐을 것이다.

영조가 행동을 조심했던 이유는 솔선수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던 경종에 대한 ‘독살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왕세제 시절의 영조는 몸이 약하던 형을 위해 평소 좋아하는 간장게장과 생감을 진상했는데, 문제는 경종이 게장으로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생감을 먹은 뒤에 배앓이를 하다가 승하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의학서에는 간장게장과 생감이 상극이어서 같이 먹으면 복통과 설사를 일으킨다고 기록돼 있어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영조가 경종에게 먹였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더욱더 자신을 절제하며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실수를 하더라도 잘못을 깨우치면 인정하고 고쳤다. 조선을 지배층이 아닌 백성을 위한 나라로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영조의 모습은 어떠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