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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석 교수의 古典名句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7일(月)
赫曦陰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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璿樞無停運 四序相錯行 奇言赫曦景 今日一陰生(선추무정운 사서상착행 기언혁희경 금일일음생)

별자리는 쉼 없이 운행하고 네 계절도 서로 번갈아 나아가는구나. 왕성한 햇살에 이르노니 오늘부터 하나의 음기가 생긴다오.

중당(中唐) 권덕여(權德輿)의 ‘하지일작(夏至日作)’이란 오언절구다. 선추(璿樞)는 각각 북두칠성의 두 번째, 첫 번째 별을 가리키는데 하늘의 별자리를 총칭하는 말이다. 사서(四序)는 사계절을, 혁희경(赫曦景)은 왕성한 햇살을 이르는 말이다. 시인은 먼저 하늘의 별자리와 땅의 사계절이 부단히 운행되고 있음을 말하고, 왕성한 햇살을 들어 오늘이 햇살 기운이 가장 왕성한 하지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그 왕성한 햇살에 한마디 던지면서 바로 오늘부터 음기가 생기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 시는 하지와 관련한 역대 시 중에서 철리(哲理)가 가장 돋보이는 명시다.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큰 차이점은 전자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탐구하는 반면, 후자는 변화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동양철학의 뿌리는 변화의 경전이라 불리는 ‘주역(周易)’에 있고, 그 핵심은 사물의 변화 조짐을 잘 알아차려 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는 데 있다. 하지는 낮이 가장 길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때지만 역학(易學)에서는 다시 음기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본다.

며칠 후면 하지다. 그사이 점차 강해지던 태양이 땅을 꾸준히 덥혀왔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하지 때부터 햇살은 짧아지기 시작하고 하늘의 기운은 점점 음기로 나아간다. 원래 하늘의 기운이 땅에 전달되는 데는 시간 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은 사물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나타났을 때 비로소 허둥지둥 대책을 마련하지만, 지혜의 눈이 있는 사람은 그 너머에 숨겨진 변화 조짐을 알아차리고 미리 준비한다.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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