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스스로 한 ‘의견조사’ 조차 부정하는 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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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철거 관련 시민 의견 조사 결과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한 충남 공주시의 황당한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주시는 지난 14일 오후 퇴근 시간이 지난 ‘불금’에 전날 문화일보가 단독 보도한 ‘공주보 시민 의견 들어보니… 98%가 해체 반대’와 조간신문 등 2건의 보도를 콕 집어 비판하는 보도 해명자료를 냈다.

우선 ‘공주시는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자료 제목부터 실소를 자아냈다. 문화일보는 “공주시가 보 철거 문제를 다룰 7월 국가 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지난 11일 공주보 시민 대토론회에 앞서 지난 3일부터 읍면동 행정조직을 통해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사전 의견서’를 서면 접수한 결과 770명이 응답했고, 이 중 754명이 보 철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론조사’라고 보도한 사실이 없고 ‘사전 의견서 접수’라는 공주시의 생소한 용어 선택을 존중해 줬는데도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

이어 공주시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찬반으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를 보도에 이용하는 자세는 더욱 잘못된 것”이라고 언론을 비판했다. 황당한 것은 기자에게 찬반 시민 의견 분포를 알린 당사자가 다름 아닌 공주시 공무원들이란 점이다. 열흘 가까이 시 홈페이지를 통한 대대적 홍보를 하고, 행정 조직을 동원해 의견서 배포부터 집계까지 전 과정을 기획·실행한 것은 공주시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공주시의 몫이다. 이런 공주시가 사과 한마디 없이 언론사를 향해 “보도에 이용하는 자세” 운운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유체이탈식 자기부정 화법’을 주제로 한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자책골을 넣은 축구 선수가 중계방송 탓을 해서야 되겠는가.

김창희 전국부 기자 c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