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청와대 독주’ 심화와 커가는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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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역대 정부 중 이번만큼 청와대에 의한 직접 통치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장·차관들이 있지만, 거의 모든 영역에서 청와대가 먼저 결정해 통보하고 행정 부처들은 그저 이를 정당화하거나 집행을 담당할 뿐이다. 가장 중요하다는 헌법 개헌안도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민정수석이 발표했고,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분리로 대표되는 사법개혁도 민정수석 외에는 누구도 독자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

그뿐인가? 대통령은 권한의 범위와 상관없이 김학의, 윤중천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를 지시했고, 검찰은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들뿐만 아니라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재수사에 들어갔다. 외교가에서는 강경화 장관이 실종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고, 8·2 부동산 대책은 청와대가 발표한 후에야 주무장관이 이를 알았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기관장이나 사외이사는 물론, 각 부처의 국장급들까지도 청와대가 임명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인사권도 없는 장관이 무슨 힘으로 공무원들을 통제할 수 있느냐는 한탄 섞인 비판도 나왔다. 보도의 진위(眞僞)보다 그만큼 청와대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정부의 모든 일을 좌지우지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를 문자 그대로 ‘청와대 정부’라고 부른다. 모든 것을 청와대에서 결정한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청와대의 지시와 명령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정부라는 말이다. 청와대 정부는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다. 문재인 청와대는 86운동권, 노무현 정부, 부산인맥, 환경론자들이 중심이다. 그들은 경력이나 이념, 가치 등이 거의 같아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정책이 한 방향으로만 치닫는 이유다.

특히, 운동권 출신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은 진리이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적폐라고 여기는 성향이 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교도소에 갔다 오거나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감을 키워 왔기에 과거 정권이나 재벌, 가진 자에 대한 증오는 크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정의롭지 못한 나라이고,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자신들의 신성한 임무라고 여긴다. 적폐청산을 결코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청와대의 이런 행태가 일반 관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잘못을 지적하지 말고 철저하게 복지부동하라는 것이다. 더욱이 전 정권의 정책을 추진했다는 이유만으로 적폐로 몰려 징계당하는 선배 공무원을 보는 것은 관료의 자기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국회와 타협하거나 야당을 설득할 이유가 없다. 그들에게 야당은 정치적 이익만 생각하는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들이다. 국회가 장기간 표류하고 많은 민생 법안과 추경안이 갈 길을 잃어도 정무수석이나 비서관은 야당을 설득하기보다 비난만 한다. 자신들의 길을 막는 야당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호소한다. 선거를 통해 야당을 없애 달라고.

가장 큰 문제는, 이들에겐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재집권만이 지상의 목표이며 선거에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계급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까지 선거에 도움이 되는 모든 갈등을 활용한다. 기업이 어찌 되든 세금을 올려 기득권 세력의 부를 뺏어 나눠주는 게 정의로운 재분배라고 믿는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