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코드 군대’ 심각성 확인시킨 北 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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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 연구소 부소장

동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수직으로 130㎞, 해안선 기준 직선으로 150㎞ 거리에 있는 삼척항 입구에서 북한의 소형 목선이 발견됐다. 그것도 군이나 해경이 아닌 어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군의 경계가 완전히 뚫린 것이다. 그런데도 군의 변명은 가관이다. 파고가 1.5m 이상이었고, 배의 높이가 파고보다 낮은 1.3m라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동을 끄고 조류를 따라 내려왔기 때문에 더욱 감시 장비가 탐지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더 황당한 말은 군 관계자가 이번 일로 인해 “소형 선박·소형 목선은 탐지가 제한되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한 것인데, 분단 70년 만에 이제야 그걸 확인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은 국민의 지적 수준을 너무나 무시하는 행위다.

군의 해명은 근본적으로 모순이다. 분명히 조류에 떠밀려 내려왔고, 멀리 있어 육안으로 발견하기는 어렵고, 파도가 높아 레이더 탐지가 어렵다고 했다. 여기서 결정적 모순점은 당일 해류는 남에서 북으로 빠르게 올라가 원산에서 함흥 앞을 한 바퀴 돈 후, 독도 쪽 먼바다로 내려와 일부는 다시 북쪽으로, 일부는 일본 쪽으로 갔다. 이는 국립해양조사원이 공개한 자료다. 해안에 밀집된 경계초소의 감시망에 열영상감시장비(TOD) 등의 광학장비로 관측되지 않는 먼바다로는 삼척항까지 내려오기가 불가능한 조류 상태였다. 결국, 이 배는 해안선에 바싹 붙어 내려왔고, 그러니 군이 밝히는 동해의 평균 파고인 1.5∼2m보다는 훨씬 낮은 파고였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무려 150㎞ 이상의 거리에서 그 어떤 군 감시망도 이 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제대로 근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배가 내려오는 중간에 있는 군부대들의 면면이다. 속초 아래에 해군 전대급 기지가 있고, 강릉에는 공군 제18전투비행단의 활주로가 해변 백사장부터 연결돼 있다. 당연히 해군 전대급 기지에는 다수의 고속정이 배치돼 있으며, 수십 대의 F-5E/F 전투기가 작전하고 있는 공군기지는 삼엄한 경계망을 펼쳐 놔야 한다. 특히, 공군기지의 활주로는 백사장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당연히 바닷가에 강력한 감시 능력이 필요하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해군 제1함대 기지 앞을 유유히 지나갔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데 있다. 1함대 기지와 삼척항은 9㎞에 불과하므로 1함대 기지 남쪽 먼바다에서 갑자기 등장했다고 하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삼척항에서 40㎞만 더 내려가면 울진원자력발전소다. 만약 북한이 이 배에 특수부대원들을 탑승시켜 침투했더라면 공군기지와 해군함대, 원자력발전소가 공격받을 수 있었다. 해군작전사령관을 비롯한 해당 지휘부는 통렬히 책임져야 할 사항이다.

판문점 선언 이후 군은 적(敵)이 없는 군대가 됐다. 병사가 군단장을 비난하고, 완전군장 행군에 대대원의 43%가 불참하며 단 0.4%만이 정직하게 완전군장을 하고 참가하는 군대가 돼버렸다. 현충일에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북한 최고위급 인사를 찬양했다. 호국보훈의 달인 지금 군의 정신 전력 교재로 활용되는 국방일보에는 ‘북한’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6월 17일 자 국방일보 1면 헤드라인은 ‘남북 평화 지키는 것은 군사력 아닌 대화’다. 국방일보 헤드라인에 군사력을 부정하는 제목이 달리는 판이다.

국가안보라는 절대 임무는 뒤로하고 오직 윗선의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한 오늘의 군대, 우리 군사력을 해체하는 이 무서운 굿판이 제발 끝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