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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9일(水)
“애크러배틱 하듯 지하실 문 미는 장면 가만히 들으면 방귀소리도 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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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 부잣집 가사도우미役 이정은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의 가사 도우미 문광 역으로 충격을 준 이정은(49·사진)은 독특하다 못해 이상한 배우다. 평범한 외모인데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연기자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얼굴을 비쳤다. 1991년 대학생 시절에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후 벌써 연기 생활 28년의 베테랑이다.

주로 단역에 가까운 동네 아줌마나 주인공의 엄마나 이모로 등장했던 이정은이 다른 ‘이모 역 배우’보다 뇌리에 남아 있는 건 그 장면에 너무나 태연하게 어울리는 연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2013)에서 짝눈 화장을 한 아줌마, ‘검사외전’(2016)에서 강동원과 ‘붐바스틱’ 댄스를 추는 선거 운동원,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2019)에서 ‘삥’ 뜯는 바닷가 마을의 취객 아줌마 등 그의 이름은 몰라도 연기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은 꽤 많다.

“아마 제가 연출 전공이라서 그런가 봐요. 시나리오를 받으면 제 캐릭터만 따지기보다는 작품 속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요. 감독 마인드라고 할까요?”

이정은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88학번이다. 정지우 감독과 실습 영화를 찍는 등 연출을 전공했다. 그러나 공들여 찍은 필름을 한 번 망친 후 연출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연기자 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그가 확실하게 얼굴을 알린 작품은 2015년 방영된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다. 점쟁이 역할로 출연해 귀신에 빙의하는 코믹 연기로 시청률 견인에 한몫했다. 지난해 tvN ‘미스터 션샤인’으로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그는 주인공 아가씨 고애신(김태리)을 따르는 가노(家奴) 함안댁으로 나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생충’에서는 그의 축적된 ‘내공’이 제대로 터졌다. 처음엔 부잣집에 거주할 법한 교양 있어 보이는 도우미 차림이었다. 그런데 영화 중반쯤엔 완전히 일그러진 얼굴로 깜짝 등장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코믹에서 스릴러로 바뀐다.

“저는 ‘귀염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하하. 시나리오 지문엔 ‘술에 취해서 상처 입은 얼굴로 찾아온다’고만 돼 있었어요. 봉 감독님이 최대한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해보자고 하셨죠. 그런 애매모호함이 더 큰 공포감을 준 것 같아요.”

지하실로 통하는 벽 찬장 뒤 비밀의 문을 열기 위해 거의 애크러배틱 수준으로 온몸을 사용해 벽을 미는 모습도 충격적이다. “봉 감독님이 출연 제안 후 처음 보내주신 콘티가 그 장면이었어요. 그걸 보고 전 감독님에게 ‘무슨 기계체조라도 연습해야 하나요’라고 물었죠. 가만히 들으면 방귀 소리도 나요, 하하.”

이정은은 촬영 현장이 너무 즐겁다. 이젠 얼굴도 알려지고 했으니 살짝 욕심을 낼 법도 한데 마음을 비운 지 오래다. “제가 앞으로 영화를 몇 편이나 더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더 즐겁고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저의 가장 큰 장점은 친근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많은 사람과 공생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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